[사설]‘대선 후 돈벼락’ 더는 감출 수 없다

  • 입력 2004년 3월 3일 18시 21분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여택수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이 대선 후 롯데그룹에서 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미 구속된 최측근 안희정씨와 집사 최도술씨도 비슷한 정황이 추가 포착됐다고 한다.

대선 전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벼락’을 맞았다는 폭로가 서서히 사실로 드러나는 것만 같아 분노와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 도덕성을 제일가는 가치와 차별성으로 내세운 현 정권이 선거에 이기자마자 뒷구멍으로 검은돈을 챙겼다면 이는 정권의 존립 근거와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지난 시절 대통령당선자와 측근이 취임을 전후해 밀실에서 ‘당선축하금’을 접수해 왔다는 의혹은 공공연한 비밀이다시피 했다. 최근 ‘안풍(安風)’사건 재판 과정에서 그 개연성의 일부가 드러나기도 했다. 따라서 차제에 ‘당선축하금’의 실체와 전모를 소상히 파악해 그 질긴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선자금이 기업의 ‘보험 들기’에 해당한다면 당선축하금은 ‘일방적 뇌물’에 해당되는 권력형 비리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어법대로라면 ‘경선자금은 2급수, 대선자금은 3급수, 당선축하금은 오폐수’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검찰은 당선축하금을 주고받은 이들과 최종 도착지 및 그 용처를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대선자금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면 당선축하금 수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기업이 패한 쪽에 ‘낙선 위로금’을 주었을 리 만무하므로 편파수사라는 얘기가 나올 이유도 없다.

아울러 정치권은 대통령당선자의 명확한 법적 지위와 권한 및 일거수일투족을 투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해 대통령당선자와 측근을 겨냥한 ‘축하금’을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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