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이날 전체회의에서 실제 이 같은 조치를 내릴 경우 지난해 말 노 대통령의 ‘양강구도 발언’ 등을 이유로 발동했던 ‘협조요청’에 이어 현직 대통령에 대해 두 번씩이나 선관위의 제재조치가 내려진 첫 사례가 된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의 잇단 선거 관련 발언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그러나 야당은 “명백한 불법을 불법이라 규정하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눈치 보기”라고 비난하며 향후 노 대통령과 함께 선관위원장 탄핵 추진을 천명할 예정이어서 총선을 앞둔 여야가 더욱 첨예하게 대치할 전망이다.
핵심 쟁점은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한 노 대통령의 지난달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이 선거법 9조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중립’ 조항과 60조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조항에 위배됐는지 여부.
선관위 핵심관계자는 “선거법상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데다가 아직은 선거운동기간도 아니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특정 당 지지 발언은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달 24일 대통령의 발언을 단순한 의견개진으로 볼지, 적극적인 선거운동으로 볼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노 대통령이 특정선거와 특정대상을 지칭해 지지를 당부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선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할 만한 소지가 있으나 발언 상황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하는 형식이었다는 점에서 적극적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비록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지만 나름의 제재 조치를 취하려는 데는 야당이 ‘불법 관권선거 방치’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탄핵추진까지 천명하고 나서는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선관위 관계자들의 솔직한 토로다.
더욱이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 문제에 대한 야당의 유권해석 의뢰서가 선관위에 제출된 상황에서도 노 대통령이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정치인인데 어디에 나가서 누구를 지지하든 왜 시비를 거느냐”라고 항변한 것도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선관위가 취하려는 ‘최소한의 제재’에 대해 야당은 벌써부터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선관위원장 탄핵공세와 함께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 여부를 둘러싼 정치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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