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임스/부시 행정부 ‘위험한 압박정책’

  • 입력 2004년 3월 3일 19시 25분


올 1월 1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세계를 상대로 ‘우리가 2004년에 할 일(What We Will Do in 2004)’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을 살펴보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과연 미국의 과거 외교정책에 대해 얼마만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파월 장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평화를 확산시킬 것이다. 그러나 안보 없이는 평화와 자유가 번영 발전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이 평화와 자유, 그리고 안보를 위해 쏟는 노력으로 21세기는 ‘자유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은 또 최근 북한 핵 2차 6자회담에서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과 함께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추구한다”고 선언했다.

파월 장관이 이런 낙관론을 내세우는 것은 국제적 협력관계나 여러 나라들과의 파트너십이 건재하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동북아시아의 상황을 보면, 현재와 같은 미국의 대북정책으로 이런 장대한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2001년 이후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강압적인 정책을 통해 북한의 정권 붕괴를 꾀하는 것이었다. 한편으론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배치 방침을 독단적으로 발표했다.

주한미군 문제를 (정책에) 이용하려는 발상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2차세계대전 직후에도 그랬다.

미군은 2차대전 종전과 함께 남한에 진주했지만 1948년 5월 유엔 감시하의 총선거를 통해 정부가 수립되자 이듬해 6월 29일 한국을 떠났다. 당시 해리 트루먼 정부는 모스크바가 북한의 남한 침공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년 후 한국전쟁이 시작됐다.

오늘의 한반도 정세는 많이 변했다. 미국의 안보 전략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치도 1940년대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그러나 전쟁의 위험은 적어도 당시와 비슷하다. 부시 행정부가 만들어내고 있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은 주한미군 감축을 소화해낼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비꼬았다. 워싱턴은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이전과 함께 주한미군이 맡아왔던 10개 주요임무를 한국군에 넘길 계획이다. 한마디로 베트남전쟁 막판에 지상전투의 책임을 사이공 정부군에 맡기고 미군을 철수시킨 베트남화(Vietnamization)의 전철을 밟는 격이다.

그러면서도 워싱턴은 이런 조치들이 주한미군의 방어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뻔뻔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안보력을, 그것도 북핵 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약화시키는 것은 압력외교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따르라는 압력이다.

올해 1월 21일, 부시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세계의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위험한 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또다시 북한을 위협했다.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전략은 한반도에 미군 주둔과 같은 물리적 억지력을 두지 않는 것이다. 대신 북한에 대해 장거리의 정교한 무기를 사용하려는 것이다.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에 배치한 배경에는 북한의 보복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는 내심도 담겨 있다.

부시 행정부의 압박정책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제임스 메트레이 미 캘리포니아 치코 칼스테이트대 역사학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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