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 인권결의안, 기권해선 안 된다

  • 입력 2004년 3월 4일 19시 49분


정부가 다음달 중순 제60차 유엔 인권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인 대북(對北)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표결에 불참해 비판 받았던 정부가 올해도 비슷한 선택을 함으로써 역사에 부끄러운 기록을 남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동족의 비극을 외면하는 정부의 당당치 못한 처신은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의 인권 참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번 주만 해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북한의 인권 및 난민 문제를 다룬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려 주목을 받았고, 미국 언론에는 정치범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 현장에 입회한 경험이 있다는 과학자 출신 탈북자의 폭로가 보도됐다. 사안이 오죽 심각했으면 유엔이 두 해 연속 인권결의안 채택에 나섰겠는가.

정부는 북한에 대해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핵문제 해결 등 남북간 다른 현안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이에 북녘 땅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리다가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될지 모른다.

북한 인권 개선은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주로 북한 정권과 특권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남북경협사업과는 달리 북한에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것은 일반 주민의 삶의 조건에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북한이 거부한다고 해서 인권 개선 요구를 마냥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정부는 이번만큼은 당당하게 표결에 참가해 유엔 인권결의안 채택에 일조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정부가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더는 외면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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