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박봉흠-정찬용…부산파-386참모 빈자리 ‘접수’

  • 입력 2004년 3월 4일 20시 02분


2월 13일 취임한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체제가 틀을 갖추면서 청와대의 ‘권력 축’이 재편되고 있다.

문희상(文喜相)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문재인(文在寅) 전 민정수석비서관, 유인태(柳寅泰) 전 정무수석비서관이 한꺼번에 퇴진하면서 생긴 힘의 공백상태를 김 비서실장-박봉흠(朴奉欽) 대통령정책실장-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절묘한 ‘견제와 균형’ 체제로 보완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시각이다.

▽‘3톱 시스템’ 안착할까=관리형 비서실장에 머물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김 비서실장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노무현 대통령도 김 비서실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듯 하다. 노 대통령은 최근 박정규(朴正圭)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에 대해 ‘반드시’ 김 비서실장을 거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문 전 수석 등이 독대를 하던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흐름이다. 각 수석실과 보좌관실의 업무보고도 김 비서실장에게 하도록 돼 있다.

김 비서실장은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 먼저 언론에 보도되면 “왜 나에게 미리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내부 살림을 꼼꼼히 챙기기 위해 대통령 행사에 배석하는 일도 가급적 줄이고 있다.

박 정책실장은 이정우(李廷雨) 전 실장 행보와 달리 정책현안을 직접 조율하고 청와대 안에서 수적으로 우월한 ‘관료출신의 대표’라는 점에서 파워가 쏠리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는 박 실장은 최근 한전 사장 인사 때도 추천권을 행사해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안팎에선 박 실장과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 등 관료출신 ‘삼각편대’의 입김이 세질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인사수석은 문 전 민정수석과 유 전 정무수석의 공백으로 상대적으로 역할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차관 등 정무직 고위공직자와 공기업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파와 386 참모는 ‘낮은 포복’=범 부산파에 속하는 박 민정수석의 경우 ‘조용한 보좌’를 강조하고 있고 민정 파트 외에는 일절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왕 수석’ 논란을 빚은 문 전 수석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광재(李光宰) 전 국정상황실장 사퇴 후 청와대 386 참모들은 뚜렷한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각개 약진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 전 실장이 외곽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없지 않다. 또 부산파인 이호철(李鎬喆) 민정비서관을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는 사람도 많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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