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만 있고 정부는 없었다…大亂 27시간뒤 ‘긴급’장관회의

  • 입력 2004년 3월 7일 18시 32분


코멘트
《중부지방의 ‘3월 폭설’이 아무리 100년 만의 자연재해였다 하더라도 정부 부처와 해당 기관의 안이한 대처는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비난이 높다. 고속도로에서 1만명 이상이 30여시간 고립되는 상황을 초래한 한국도로공사와 폭설이 그친 뒤에야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는 피해를 키운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책임자 문책은 물론 국민감사를 청구하거나 집단 소송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무신경한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는 사전 대비에서부터 문제를 드러냈다. 충청권에는 4일 밤 대설주의보에 이어 5일 새벽 폭설이 내렸지만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갓길과 휴게소 등지에 미리 모래나 제설장비 등을 준비해 두지 않았다.

5일 오전 5시40분경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옥천톨게이트 인근에서 일어난 차량 5대의 연쇄 추돌로 오전 7시경 고속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지만 고속도로 진입 통제는 오후 2시에야 이뤄졌다.

▼관련기사▼
-고속도마비 8시간후 눈 그친뒤 대책회의
-KBS등 대책없는 재해방송
-조류독감-FTA에 雪魔까지…

도로공사의 너무 늦은 중앙분리대 제거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운전자들이 휴대전화로 5일 오전 10시 전후부터 분리대 제거를 요구했으나 도로공사는 이날 오후 3시반경 옥산휴게소 부근의 중앙분리대를 처음 뚫었다. 그나마 평균 2∼3km당 하나씩 모두 24개의 중앙분리대를 제거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도로공사 충청지역본부는 외부의 연락을 제대로 받지 않음으로써 기관 간의 공조기회마저 놓쳤다.

충청지역 고속도로를 관할하는 고속도로순찰대 제2지구대의 박병규 대장은 “도로공사는 최소한 경찰과는 핫라인을 유지해야 하는데 경찰 차원에서 파악되는 문제점을 알려주려고 연락을 취했으나 통화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당초 5일 오후 7시로 발표했던 고속도로 통제해제시간을 한 시간도 안돼 오후 8시로 연기했다가 다시 6일 오전 3시, 오전 7시 등으로 계속 바꿔 발표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한편 도로공사의 제설 작업은 건설교통부가 기준으로 제시한 제설시간보다 무려 15배나 더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무능한 정부=5일 오후 고속도로가 이미 마비됐는데도 정부는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다 이날 오후 7시경 노무현 대통령의 폭설피해 대책 지시가 있은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행정자치부는 이날 오후 8시경에 관할지역 전 소방기관에 비상경계령인 갑호 비상을 발령했다. 또 첫 관계 장관 대책회의는 폭설이 그친 6일 오전 10시에야 열려 회의의 주제는 당연히 폭설 피해를 막는 것이 아닌 복구 대책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건설교통부는 관계 장관회의가 소집되고 나서야 주요 도로의 제설대책을 재점검하고 ‘고속도로 재해 대응 매뉴얼’을 보완하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뒤늦게 내놨다.

아울러 6일까지 꾸준히 늘어나던 피해 내용이 7일 중앙재해대책본부의 발표에서 갑자기 격감하는 등 정부는 피해 집계에서마저 오류를 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