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안보상황 변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최근 남북 관계는 우리가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한 대비태세를 일방적으로 완화할 정도로 호전됐다고 볼 수 없다. 세계적 추세를 거론하지만 우리는 남북이 분단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남북은 여전히 정전(停戰)상태에 있으며 서해에서는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나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북한의 핵개발은 한반도 주변 4강이 모두 참여해 해법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는 중대한 위협이다. 북한은 적화통일노선을 유지하면서 모든 일에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주적 개념 삭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정부의 판단은 국민의 의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칫하면 국민의 안보관을 오도하고, 친북 좌경 세력을 고무해 혼란을 자초하는 이중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주적 개념은 북한이 실질적으로 변한 뒤에 재검토해도 늦지 않다. 그보다는 남북 접촉을 군사 분야로 확대해 북한의 군사위협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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