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모피아(MOFIA·구 재무부 출신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말)’들이 최근 금융권의 잇따른 주요 인사에서 배제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삼성증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황영기(黃永基)씨가 8일 정부 은행인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내정된 이면에는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의 강력한 추천 외에 ‘모피아 배제론’이 단단히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거명됐던 재무부 출신 윤증현(尹增鉉·행정고시 10회)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나 신명호(申明浩·6회) 전 ADB 부총재는 미리 이런 감을 잡고 자진철회하거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배제돼 3배수 후보군 안에 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은행장 공모에 응한 배영식(裵英植·13회)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김창록(金昌錄·13회) 국제금융센터 소장에게 응모를 철회할 것을 대놓고 요구했다. 결국 모피아 출신이지만 민간 경력으로 ‘세탁’(금융감독원 근무)한 강권석(姜權錫·14회) 금감원 부원장이 기업은행장에 최종 낙착됐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우석(金宇錫·14회) 신용회복지원위원장이 낙마하고 민간 출신의 정홍식(鄭弘植)씨가 최종 낙점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모두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최근 “특정 집단에서 다 점령하면 순혈주의 폐해가 나온다. ‘잡종 강세’를 시켜줘야 한다”며 모피아를 인사개혁의 타깃으로 삼는 내용의 발언을 한 이후 벌어지고 있는 현상.
당초 주택금융공사 사장 선임 때 인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던 재경부 김광림(金光琳·14회) 차관과 박병원(朴炳元·17회) 차관보는 청와대의 ‘암시’를 받고 자진사퇴한 뒤 기업은행장 인사위원에서 ‘자발적으로’ 빠졌다.
반면 청와대 내에는 정책실을 포함해 대통령 직속의 각종 위원회와 태스크포스에 파견 나온 재경부 등 경제부처 출신 관료가 30명에 육박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금융기관장 인사에서는 모피아를 홀대하면서도 정작 경제부처 출신들을 무더기로 뽑아가고 있다”며 “부처에선 인재들을 다 뺏겨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청와대 안팎에선 “‘모피아 불가론’까지 나온 것은 과거 낙하산 인사로 금융기관 인사를 돌려가며 ‘싹쓸이’해 온 모피아 출신들의 행태에 비추어 업보(業報)이기도 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모피아 역차별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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