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말꼬투리를 잡아 그를 탄핵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단장취의(斷章取義)적인 우매함의 소치인가 하는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도 없다.
방송기자클럽에서 어느 기자가 열린우리당의 의석에 관한 대통령의 희망과 전망을 묻는 것에 대해, 많이 될수록 좋고, 또 많이 될것 같다고 솔직히 대답한 것이 과연 이 나라의 국체를 근원적으로 흔드는 탄핵의 대상이 될는지, 참으로 그것은 허무개그와도 같이 해프닝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과거 대통령들이 그 자리의 권세를 빙자하여 얼마나 음험한 추행들을 자행해왔는가 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노대통령의 솔직한 의사표시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언정 선거법위반과 탄핵의 죄목이 된다는 것은 상식의 궤를 일탈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무현이 대통령이라는 명(名)을 가지고 있는 한에 있어서는 그 명에 합당한 정명(正名)의 삶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요, 왜 빤히 일어날 인과의 고리를 예측하면서도 그러한 꼬투리를 잡히는 행위를 계속하는가, 그 저의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어린애와도 같은 솔직한 적자지심의 발로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무능이요, 무자격이다.
그렇지 않다면 탄핵이라는 극한상황까지 몰고가서 재신임문제까지 걸어버리려는 도박정객의 또 하나의 승부수인가? 그것은 너무도 무모하다. 지금 탄핵을 두려워할 것은 없다. 참으로 탄핵을 받아야 할 자들이 탄핵을 한다한들 국민의 날카로운 칼날이 어디에 떨어질지 그것은 너무도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지금 야당이 원하는 것은 오는 총선을 반부패의 구도가 아니라 노무현에 대한 인기투표로 휘몰아가려는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은 그 작전에 휘몰리는 꼬투리를 계속 생산해내고 있다. 고수의 전술일까?
민생은 천재(天災)속에 내팽개쳐졌고 국가행정은 소당연(所當然)의 임무를 하지 않았고 민심은 울고 있다. 이 판에 우리정치는 과연 탄핵의 공방에 휘말려 있을쏜가? 어묵유시(語默有時) 포효와 침묵의 때를 알아야 하느니. 도올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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