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중간결과]청와대 “나중에 얘기하자” 곤혹

  • 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56분


민주당 조순형 대표(오른쪽)는 8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10분의 1이 넘으면 정계은퇴를 한다고 공언한 만큼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 조순형 대표(오른쪽)는 8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10분의 1이 넘으면 정계은퇴를 한다고 공언한 만큼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경제기자
청와대는 8일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중간발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적절한 시점에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만 짤막하게 답했다. 윤 대변인은 ‘노무현 후보 캠프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 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나중에 기회가 될 때 한꺼번에 얘기하는 게 좋겠다”면서 피해 나갔다.

그러나 안희정씨가 삼성으로부터 30억원을 받았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서는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 뭐라고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와대가 이처럼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안의 미묘함 때문인 듯했다. 노 대통령 자신이 지난해 4당 대표 회동에서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기 때문.

노 대통령은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이어 측근비리 특검도 마무리돼 가고 있는 만큼 ‘10분의 1 발언’을 포함해 재신임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가운데)은 8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10분의 1로 꼬투리를 잡을 것이 아니라 10배나 넘는 불법자금을 받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김경제기자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 탄핵 국면이 어느 정도 매듭지어진 뒤에 밝힐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달 중순경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0분의 1 발언’과 관련해 3일 제주지역 언론인과의 회견에서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해 따질 것이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이 납득하는 선에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안희정씨가 삼성에서 30억원을 받았다는 부분은 해명할 여지가 있다. 뒷얘기가 있다”고 밝혀 검찰 발표에 불만이 있음을 시사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