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장은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CEO 포럼'에서 "탈세와 회계부정으로 처벌받고 있는 기업인에 대한 대사면을 대통령께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8.15와 같은 시점에 정경유착 등 현안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새출발 선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진실을 밝혀내고 그 토대위에서 다른 발상법과 다른 행동양식, 다른 도덕적 재무장을 통해 전진하지 않으면 과거의 발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어느 시점에 새출발 선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의장은 이에 앞서 초청연설을 통해서 "초등학교때부터 기자가 될 때까지의 대통령이 박정희였다"며 "소년시절부터 청년기를 거쳐 박정희는 극복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정치인이 된 뒤에는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절반 쯤 수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대통령이 돌아가시기 3년전에 전자통신연구원(ETRI)를 만들고 10년, 20년뒤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것인가를 준비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내가 가졌던 박통에 대한 생각이 일방적이었음을 알고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설명했다.
정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박정희 개발 독재의 폐해를 일관되게 비판해왔던 열린우리당의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총선을 앞두고 비우호적인 보수층을 의식한 '총선용 발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는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언급 이후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8년간의 경제 지체, 모든 모순의 뿌리가 개발 독재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사무처장은 "정동영 의장은 외부적으로 드러난 이미지나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는 달리 개혁과는 거리가 먼 상당히 보수적인 정치인"이라며 "보수표를 얻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CEO 포럼'은 2001년 설립된 전문경영인 모임으로 김승유(金勝猷)하나은행장, 유상옥(兪相玉) 코리아나회장, 조동성(趙東成) 서울대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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