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끝내 파국으로 가자는 것인가

  • 입력 2004년 3월 9일 18시 24분


마주 보고 달리는 두 대의 기관차가 끝내 충돌하고 말 것인가. 헌정 56년 만에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무겁고 불안하다. 막무가내로 탄핵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두 야당이나,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청와대에서 진정 나라와 국민을 염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든지 정치력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사안인데 극한 상황까지 몰고 온 정치권의 무모함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어떤 명분을 둘러대도 지금의 탄핵정국은 각 정치집단이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려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국민을 정략(政略) 위주의 나쁜 정치에 강제 동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처음부터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았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에게 사죄했다면 탄핵이 발의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유야 어떻든 자신이 탄핵이 발의된 첫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 점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이냐” “쿠데타적 선동정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일전불사를 다짐하는 듯한 그런 자세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야당은 탄핵안 의결에 앞서 그 정도의 선거법 위반 사안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되는지 다시 한번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온갖 비리 의혹과 불법 대선자금으로 얼룩진 지금의 국회가 과연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있느냐는 여론의 지적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탄핵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은 ‘반노(反盧)’에만 치우쳐 대통령의 거취가 걸린 중대사를 지나치게 감정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정치가 어지러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당장 국론은 분열되고 국정도 흐트러지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지는 못할망정 이처럼 피곤하고 불안하게 해도 되는가.

아직도 해법은 있다. 노 대통령은 사과하고 야당은 탄핵안을 거둬들이면 된다. 그러지 않고 기(氣)싸움만 계속하다간 나라가 거덜 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