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탄핵 발의]마침내 칼빼든 野… 정국 ‘폭풍前夜’

  • 입력 2004년 3월 9일 18시 47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기어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양당의 탄핵안 발의는 37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정국은 물론 총선 이후까지 계속 엄청난 영향을 미칠 메가톤급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탄핵의 의결 과정에서부터 야당과 열린우리당간의 극한 대치가 불가피하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탄핵안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원천 봉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만일 탄핵안이 의결돼 헌법재판소로 넘겨져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면 상황은 더욱 긴박해질 전망이다.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겠지만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국익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은 물론이고,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사모’ 등 친노 단체들이 극한투쟁에 돌입하고, 보수파들이 거리로 나서는 극한적인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탄핵안 가결 여부를 떠나 노 대통령도 헌정 사상 첫 탄핵이 발의된 대통령이 됐다는 점에서 불명예와 함께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하지 않는 한 총선 이후 정국 운영에 험로(險路)가 예상된다.

탄핵 발의 및 의결은 또 총선 전 정계개편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탄핵 의결 실패는 민주당에는 치명타를 가하면서 한나라당의 구심력도 더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탄핵안 의결의 향방과는 관계없이 야당이 주장하는 경제파탄 관권개입 등 노 정권의 실정(失政) 등의 이슈화가 성공할 경우 총선에서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탄핵 발의는 해도 의결은 곤란하다”는 소신파도 적지 않아 의결 과정에 진입하지 못한 채 탄핵안이 자동 무산될 가능성도 크다. 또 노 대통령이 정국 돌파를 위해 새로운 맞불카드를 내놓을 수도 있다. ‘청와대 중대 결심설’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도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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