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탄핵 발의]가결 180표 필요…‘+21’ 가능할까

  • 입력 2004년 3월 9일 18시 47분


《‘찬성 180표는 가능할 것인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9일 마침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라는 ‘루비콘 강’을 건넘에 따라 탄핵안의 가결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본보가 이날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의원을 대상으로 전수(全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탄핵안 가결 여부는 상황 전개에 따라 매우 유동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행법상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18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본보 조사에 따르면 탄핵안 표결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한 의원은 전체 응답자 179명 가운데 115명이었고 반대는 20명이었다. 44명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소속 의원 144명)은 찬성 76명, 반대 8명, 유보 30명, 구속 7명, 연락 안됨(해외 출장 등 포함) 23명이었다.

민주당(62명)은 찬성 37명, 반대 10명, 유보 10명, 구속 3명, 연락 안됨 2명이었고, 자민련(10명)은 찬성 2명, 반대 2명, 유보(당론에 따를 것) 4명, 연락 안됨 2명 등으로 분류됐다.

이런 조사 결과는 각 당의 내부 기류와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특히 탄핵 추진을 주도했던 민주당의 경우 발의안에 서명한 의원 중 10명이 “노 대통령이 선관위 결정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발의안에는 서명했지만, 찬성 표결을 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탄핵안 가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을 전부 합치면 206명이나 이 중 구속 중인 10명을 빼면 196명이 된다. 이 가운데 18명이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와병 중이거나 해외 출장 중인 의원을뺀 나머지 의원들이 전부 찬성한다고 가정해도 180명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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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변수는 있다. 자민련은 “탄핵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폭설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할 때”라며 부정적인 분위기이나 노 대통령의 정적인 이인제(李仁濟) 의원은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는 게 좋다”며 찬성 의사를 분명히 하는 등 2, 3명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양당 지도부가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이나 유보층인 의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찬성 독려에 나선 상황이어서 반대 의사를 가진 의원들이 찬성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탄핵안 발의에 소극적인 의원들 중 일부는 막상 표결 상황이 되면 당론을 따르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설 조짐이어서 ‘실제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탄핵 올인’ 차원에서 구속 중인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를 통해 재적의원수를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 방안이 성사될 경우 탄핵안 가결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탄핵안 가결 여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유보층과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의원들의 선회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노 대통령의 사과 여부다. 탄핵안에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의원들의 상당수는 노 대통령이 끝내 사과를 거부하고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경우에는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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