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10분의 1 정계은퇴 약속 지켜라” 압박공세

  • 입력 2004년 3월 9일 18시 54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9일 자신의 불법 대선자금이 야당의 ‘10분의 1’을 넘을 경우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노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공세를 펼쳤다.

양당은 또 113억8700만원에 이르는 노 후보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은 현재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대통령선거 무효 소송’의 중요한 변수라고 주장했다. 반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10분의 1’ 이슈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며 곤혹스러워했다.

▽야당의 공세=한나라당 은진수(殷辰洙)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노 대통령은 10분의 1을 넘길 경우 재신임 절차 없이 곧바로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만큼 이제 그 약속을 지킬 때가 됐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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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측근 안희정(安熙正)씨의 삼성 불법자금 30억원 수수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의원이 2일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노 대통령후보가 2002년 12월 대선 직전 자신의 부산상고 1년 선배인 이학수(李鶴洙)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에게 정치자금을 받을 사람을 알려주기로 했다”고 폭로한 것이 바로 안씨의 30억원 수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상정(安相政) 부대변인은 9일 “김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노 후보가 안씨를 보내 이 본부장을 통해 돈을 받았다는 얘기가 성립된다”며 ‘공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의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노 대통령 자신이 ‘10분의 1’ 발언을 여러 차례 재확인한 만큼 차라리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 탄핵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곤혹스러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청와대 참모들은 ‘10분의 1’ 발언의 취지를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내 말에 책임지겠다”고 여러 차례 확인하면서 이 문제가 대통령직을 건 사안으로 불거지는 바람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가 어려워진 상태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9일 “대통령의 말을 물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10분의 1’을 넘었느니 말았느니 숫자 싸움을 벌이는 것도 모양새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민정수석비서관실은 8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불법자금의 규모를 계산해 보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자체 계산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도 “한나라당이 몇 배나 많이 받은 것은 놔두고, 노 후보캠프의 불법자금이 10분의 1을 넘었다고 책임지라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적극적인 반론은 펴지 못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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