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부터 6시45분까지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야당을 성토하는 발언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지난 1년간 끈질기게 계속된 야당의 대통령 흔들기, 국정 발목잡기 횡포가 극에 달했다”, “숫자를 앞세운 야권의 정략적 횡포가 국민의 여망과 시대적 요구를 결코 역류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 이후 국정혼란의 모든 책임은 야권에 있음을 국민과 함께 확인한다”는 등의 발언이 나왔다고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대응방식에 있어서는 “의연하게 대처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청와대와 내각은 폭설피해지역에 대한 긴급지원, 일자리 창출 등 민생현안을 챙기는 한편 국가안보, 이라크 파병, 북한핵 6자회담 대책 등 주요국정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응은 ‘국정 챙기기’를 내세워 총공세에 나선 야당과의 극명한 차별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비교적 차분한 기조로 대응한 데에는 최악의 경우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깔려있다. 청와대가 7일 내부회의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을 전제로 해 대통령 직무정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문제 등 구체적인 절차에 관한 검토작업을 마친 것도 같은 흐름이다.
노 대통령은 9일 오후 외부행사에 참석한 뒤 청와대로 돌아오는 길에 야당이 탄핵안을 발의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이미 탄핵정국에 대한 수(手)읽기를 끝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11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던 환경부 업무보고 일정을 갑자기 무기 연기한 것으로 알려져 11일 오후 국회에서의 탄핵안 표결에 앞서 특단의 카드를 꺼내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유지담(柳志潭)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금명간 만나 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함으로써 탄핵 문제를 둘러싼 대치 정국을 자연스럽게 푸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탄핵안 발의 뒤 의원 전원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탄핵발의는 쿠데타적 음모이자 국회권력을 빙자한 내란 획책 행위”라고 비난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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