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대통령에게 1차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판정에 문제를 제기한 게 사태의 직접적인 발단이다. 대통령이 겸허히 사과했더라면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국민의 절대 다수는 대통령의 사과를 원하고 있다. 각계 원로들과 시민단체들도 경위야 어떻든 대통령이 사과를 통해 문제를 풀라고 주문하고 있다. ‘야당의 정치공세라서 못 하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이 원한다는데 대통령이 왜 사과를 못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까지도 대통령에게 사과를 건의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대통령이 이러니까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합법적으로 발의된 탄핵안 표결을 몸으로 막겠다며 의사당에 드러눕는 구태(舊態)를 보이는 것이다. 문성근 당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이 외부인 출입금지 규정을 어기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농성 중인 의원들을 격려하고 다닌 것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이나 다름없는 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이 일본에 가서까지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분위기니까 가능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오늘 회견에서까지 ‘기(氣)싸움’을 고집한다면 여론도 돌아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은 탄핵 발의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통령의 완고함과 편협함에 실망하고 분노하게 될 것이다. 굽힐 때는 굽힐 줄 아는 용기와 자기 절제가 없는 대통령이라면 국민이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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