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으로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빌미를 제공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사과로 문제를 풀라’는 여론을 외면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10일 “만약의 경우 (대통령) 직무정지 사태까지 각오하고 있다”며 야당과의 일전을 다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닫은 채 탄핵안 밀어붙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당 지도부는 이날도 소속의원들에 대한 표 단속을 벌인 데 이어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와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이날 긴급 심야회동을 갖고 11일 중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 시도에 대한 전략을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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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갤럽, 미디어리서치 등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0% 선이 ‘탄핵 반대’와 ‘대통령 사과’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해법은 이미 나와 있는 데도 청와대와 정치권은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탄핵정국을 철저하게 정략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총선구도를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로 재편하는 계기로 만들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불안심리를 부추겨 각각 지지층 결집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에 송월주(宋月珠) 전 조계종 총무원장, 강문규(姜汶奎) 지구촌 나눔운동 이사장, 김진현(金鎭炫) 전 서울시립대 총장 등 사회원로 92명도 10일 시국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일련의 잘못된 처신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하며 야당도 탄핵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353개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공동대표 박원순·朴元淳)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을 골병들게 하는 대통령 탄핵추진은 당장 중단돼야 하며 대통령은 선관위의 선거중립 의무 준수 요청을 존중해 공정한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 투자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이날 언론배포자료를 통해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경우 투자자들로서는 한국투자에 의문을 갖게 된다”며 정치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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