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盧 오기정치 그만…책임감 느껴야”

  • 입력 2004년 3월 1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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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국론분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각계의 의견은 대체로 노 대통령의 ‘오기 정치’와 야당의 ‘극한 정치’를 함께 비판하는 양비론(兩非論)이 대부분이었다.

▽재계=탄핵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립에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며 정부와 정치권이 정치적 안정을 통해 경제활력 회복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10일 공동 성명을 내고 “청년실업과 신용불량 등 경제현안 타개를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발의로 정국 불안과 국정 혼란이 심화되는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경제계는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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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5단체는 “과거 경험에서 정치혼란이 국가경제에 얼마나 치명적 악영향을 미쳤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회복기미를 보이는 우리 경제가 대외신인도 하락, 경제주체의 의욕상실 등을 겪지 않도록 정치권이 탄핵정국을 조속하고도 현명하게 수습해 달라”고 촉구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정치와 사회가 안정돼야 기업이 투자를 하고 그래야 일자리도 늘고 내수도 회복될 수 있다”면서 “경제계가 불안해 하지 않도록 정치권이 지혜를 발휘해 돌파구를 찾아 달라”고 주문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폭설대란으로 경제적 파장이 큰 상황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권의 전체의 자성을 촉구했다.

▽정계 법조계 원로=정치권 원로들은 탄핵안 발의 사태에까지 이른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를, 법조계 원로들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법이 자의적으로 휘둘리는 아노미 현상을 우려했다.

유치송(柳致松) 전 민한당 총재는 “헌정사상 처음 그것도 임기 1년밖에 안된 시점에서 탄핵안이 발의된 데 대해 먼저 대통령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이용훈(李容勳) 전 대법관은 “탄핵 사유가 있으면 탄핵을 하는 것이고 없으면 안하는 것이지 ‘사과를 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는 것은 법률적으로 타당치 않다”며 야권의 탄핵안 발의 논거를 비판했다.

▽시민단체=353개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공동대표 박원순·朴元淳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탄핵 추진은 당장 중단돼야 하며 대통령도 선관위의 선거중립 의무 준수 요청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정치권이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대통령 탄핵을 정략에 이용한 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고 비판한 뒤 “노 대통령도 특정 정당 지지발언으로 정쟁의 빌미를 제공한 만큼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야당이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을 탄핵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선거중립 요구를 전면 수용해 탄핵안 발의의 원인을 제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당도 대통령이 사과할 경우 이를 수용한 뒤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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