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은 당초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여야 대선 캠프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가 있어 수사대상이 된 기업이다. 검찰은 당시 “부영이 10대 그룹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단서가 뚜렷한 데다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부영은 국내에서 임대주택을 가장 많이 짓는 민간업체로 유명한 기업. 특히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사세를 크게 확장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례로 97년 외환위기로 모든 건설업체들이 긴축경영에 들어갔지만 부영은 매년 1만가구 이상 임대주택을 지어 왔다. 98, 99년에는 현대 삼성 대우 LG 등 대형 건설업체들을 제치고 주택건설 실적 1위에 올랐을 정도. 이 같은 급성장세 때문에 부영은 ‘국민의 정부 실세 등과의 유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부영이 최근 수년간 조성한 200억원대 비자금의 사용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 돈 중 상당 부분이 사업 청탁 등과 함께 정치권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앙수사부장도 10일 “부영은 그냥 넘어가기엔 (혐의가) 너무 크다”며 엄정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서는 총선 이후 ‘부영발(發) 정치권 사정’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옛 민주당 실세들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중근(李重根) 부영 회장의 입에서 어떤 진술이 나오느냐에 정치권은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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