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경제파탄이 내 책임은 아니다”며 “북핵(北核), 이라크전쟁, 가계파탄 등에 있어서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약간의 비판은 있었으나 큰 흐름에 있어서 과오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정책은 빨라도 3년, 보통은 5년은 돼야 성과가 나타난다”며 “경제파탄의 원인에 대해 대통령의 책임이 없느냐고 한다면 당선된 것이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거론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국정 운영의 책임자로서 너무 경솔한 발언이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본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5% 이상으로 예상했는데 대외변수가 예상보다 나빠진 것이 없는데도 2.9%(추정치)로 추락한 것은 명백히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이두원(李斗遠·경제학) 교수는 “대통령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남의 잘못까지도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해야 하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대통령은 큰 흐름에서 과오가 없다고 했지만 취임 이후 좌파적 성향과 ‘친노(親勞) 정책’으로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 것은 큰 흐름을 역행한 것”이라며 “지난 1년간의 실수가 아니었다면 한국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 이만우(李萬雨·경제학) 교수는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는 김대중 정부에서 잉태된 것”이라며 “하지만 기업의 투자 부진을 구조적 요인이 아닌 일시적인 경기 탓으로 인식했던 정부의 오판으로 경제 회복이 늦어진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도 곱지 않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대학원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교수는 방한 중이던 5일 “노 대통령이 법에도 없는 재신임 문제를 들고 나와 혼란을 초래하는 등 정치 불안으로 기업인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임원도 “현 정부 출범 초기 핵심 인사들의 반(反)기업 정서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 측면이 분명히 적지 않았고 이것이 심각한 경기침체의 한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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