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는 “열린우리당의 물리적 저지에 맞서 같이 실력행사를 할 경우 국민 여론의 ‘역풍’이 우려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미온적’ 대응의 속사정은 표결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표결 강행처리의 마지노선을 130명으로 잡았다. 여기에 탄핵에 찬성하는 민주당 51명을 합쳐 소추안 통과 정족수인 181명을 맞추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계산이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이날 저녁 “사실 열린우리당이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면서 표결 저지를 할 때도 125명밖에 확보되지 못했었다”며 “내일(12일) 오전이 돼야 130명을 채울 수 있다”고 털어놨다.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 의원과 해외체류 중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12일 오전에나 본회의장에 도착할 수 있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11일 오후 ‘본회의장 철야농성’을 선언하고 마치 표결처리를 강행할 것처럼 행동했다. 소속의원들의 단속을 이유로 들었지만 본회의장에서 철야농성을 하면서 의장석을 점거한 열린우리당의 대오가 흐트러질 때 의장석을 확보하겠다는 게 당 지도부의 계산이었다.
또 다른 고위당직자는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무소속 2명, 자민련 4명 정도가 찬성의 뜻을 밝힌 상태”라며 “한나라당이 130명을 확보해 표결을 강행할 경우 탄핵소추안은 의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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