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TV로 국회 상황을 지켜보던 고 권한대행은 탄핵안 통과 7분전인 오전 11시50분 안보분야 사령탑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에 "흔들림 없는 안보유지"를 지시했다. 또 탄핵안 통과가 확정된 직후인 12시경 윤영철(尹永哲) 헌법재판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혼란을 줄이도록 헌재가 조속히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 권한대행은 곧이어 국방부와 행자부에 군 경계태세 강화 및 치안질서 유지를 지시했다. 또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어 국민에게 죄송하다. 흔들림 없이 국정을 이끌겠다"는 내용의 성명도 김덕봉(金德奉) 공보수석비서관을 통해 발표했다.
고 권한대행은 낮 12시반 참모들을 물리친 뒤 집무실에서 도시락을 주문해 혼자 점심식사를 마쳤다.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라는 자리에서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구상하기 위한 자리였다.
고 권한대행은 주요 장관들을 집무실로 불러 중요현안을 꼼꼼히 챙겼다. 그는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고,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로부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치밀하게 대응책을 준비해 왔다"고 보고받았다.
고 권한대행은 이 과정에서 직접 대국민성명을 발표하는 등 드러나는 자리를 삼갔다. 온 국민의 관심이 자신에게 쏠리고 있지만, 전면에 나서는 대신에 빈틈없이 국정을 챙기겠다는 '행정가 고건'의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헌재측의 공식 통보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공식 시작한 그는 정부중앙청사 19층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안보 경제 민생을 거듭 강조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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