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가 1월 5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개입 움직임을 비판하며 탄핵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조 대표는 이후 탄핵 공세 수위를 높여갔으나 그때만 해도 추미애(秋美愛) 설훈(薛勳) 의원 등 당내 반발이 거세 민주당의 내부의견조차 통일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나라당도 내부적으론 대통령 탄핵 문제를 검토해왔으나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오히려 당 쇄신을 둘러싼 당내 갈등에 온 신경이 집중됐다. 탄핵론을 줄곧 주장해왔던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오히려 소장파 의원들의 퇴진 압력에 밀려 2월 22일 당 대표직 사퇴를 위한 전당대회 소집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소강상태였던 탄핵 정국은 3월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계기로 급반전했다. 선관위는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청와대가 다음날인 4일 “(선관위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납득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한 것이 야당을 자극했다. 이에 한나라당 지도부가 민주당에 적극 동조함으로써 탄핵 정국은 달아올랐다.
양당 공조가 성사된 배경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화된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와 민주당 유용태(劉容泰) 원내대표 라인의 긴밀한 협조가 작용했다. 홍 총무는 국회 운영위원장직을 유 대표에게 양보하는 등 공조의 밑거름을 뿌렸다.
양당은 9일 소속 의원 159명 연명으로 탄핵안을 공동 발의했다. 탄핵안 발의 당시만 해도 실제 가결될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만만찮았다. 양당 내부에서 탄핵이라는 극한 선택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 명백한 대국민사과 없이 ‘총선과 재신임 연계’ 주장을 편 데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로비사실을 지적받은 남상국(南相國) 전 대우건설 사장의 자살사건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탄핵에 비판적이었던 한나라당 소장파는 물론 민주당 추미애 의원도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급기야 자민련도 12일 탄핵 표결 직전 반대 당론을 백지화하고 일부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노 대통령이 뒤늦게 12일 대국민사과를 하긴 했으나 시계추를 돌릴 순 없었다.하지만 총선이라는 생사(生死)의 갈림길에서 양당은 선택적 공조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정운영에는 두 당 모두 협력을 하겠지만 선거전에서는 경쟁관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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