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언론에는 ‘선거법 위반’이라고 발표를 해놓고선 정작 4일 노 대통령에 보낸 공문에선 ‘선거법 위반’이란 명시적 단어를 담지 않은 것이 드러나 ‘대통령 봐주기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공문에는 사전선거운동 금지 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나 대통령은 공무원이므로 중립 의무를 지켜주기 바란다고 적혀 있다”며 선관위가 보낸 공문을 꺼내 읽었다. 노 대통령은 “이는 경고가 아니라 의견 표명”이라고 덧붙였다. 선관위가 한번도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경고’를 한 적이 없다는 게 노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12일 “전체위원회의에서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렸지만 대통령이라는 지위 때문에 우회적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당일 기자회견에서 배포된 선관위의 보도자료에도 ‘선거법 위반’이란 단어는 없었다. 기자들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고 따지자 그때서야 “전체회의에서 선거법 9조(공무원의 중립 의무)에 대해 6 대 2로 위반 결정을 내렸다”면서 “다른 사람 같으면 경고성 촉구지만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어떤 용어를 쓸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선관위가 언론에 나름대로의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발표한 뒤애매한 문구의 공문을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 ‘대통령 눈치보기’인지 여부다.
선관위의 ‘대통령 예우’란 솔직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독립된 헌법기관이 보낸 공문에서 자신의 결정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은 면키 어렵다.
그러나 이보다 언론보도를 통해 선관위가 내린 선거법 위반 결정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기자회견에서 공문 내용만을 근거로 ‘중립 의무 준수 권고’ 정도로 강변한 노 대통령의 태도가 더욱 문제라는 게 선관위 안팎의 시각이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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