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첫 대통령탄핵안 가결…자민련 찬성가세가 결정적

  • 입력 2004년 3월 12일 18시 09분


12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결속 외에도 자민련과 무소속 의원들의 전격 가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날 표결에는 재적의원 271명 가운데 195명이 투표에 참여해 193명이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선인 재적의원 3분의 2(181명)를 12표나 넘어섰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표결 강행에 항의해 47명 전원이 투표에 불참했지만 한나라당에선 소속 의원 145명 중 129명이 참여했다. 구속 중인 신경식(辛卿植) 김영일(金榮馹) 의원 등 7명과 해외 체류 중인 서정화(徐廷和) 의원 등 4명은 불참했다.

암투병 중인 강창성(姜昌成) 의원은 앰뷸런스를 타고 등원한 뒤 휠체어에 의지해 투표에 참가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투표 참여 의원 129명 모두 ‘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했다.

민주당에선 소속 의원 62명 중 53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속 중인 이훈평(李訓平) 의원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범구(鄭範九) 의원, 탄핵에 반대해온 설훈(薛勳) 김기재(金杞載) 의원 등은 본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민주당측도 참석자는 전원 ‘가’표를 던졌다는 게 지도부의 분석이다.

당초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던 자민련은 이날 오전 이를 철회하고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겼다. 소속 의원 10명 중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지방에서 상경 중이던 조부영(趙富英) 국회부의장을 제외한 8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김 총재는 이날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마지막까지 (탄핵소추안 처리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해 오늘 아침 대통령을 만나려고 했는데 ‘경남을 간다’고 해서 만나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대화의 길을 막았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한 자민련 전원이 탄핵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의원, 민국당 강숙자(姜淑子) 의원,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백승홍(白承弘) 김일윤(金一潤) 의원도 투표에 참여했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도 한 표를 행사했다.

따라서 한나라당(129명)과 민주당(53명)의 투표 참여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더라도 자민련과 다른 당 및 무소속 의원 대부분이 탄핵안 가결에 동조했다는 얘기가 된다.

다만 관심의 초점인 반대 2표를 누가 던졌는가에 대해서는 무기명 비밀투표의 특성상 추측이 어렵다. 다만 개인적으로 노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의 ‘우정표’ 또는 각 당 공천 탈락 의원의 ‘반발표’일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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