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표가 1월 5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선 적이 없다”며 탄핵론을 제기했을 때만 해도 그의 경고는 당내에서조차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민주당 의석(62석)은 탄핵소추안 발의 정족수(136석)에도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대표는 “선거법을 어기고, 자신의 친정인 민주당 죽이기에 앞장서는 노 대통령에 대해 국회가 합법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탄핵’뿐”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여권에선 “조 대표가 ‘과도 대통령’을 노리고 노욕(老慾)을 부리는 것”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흘러 나왔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조 대표가 총선 득실 같은 정치적 이익만 따졌다면 탄핵을 절대 끝까지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법치주의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개인적 신념이 탄핵 추진의 큰 밑거름이었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헌법과 국회법을 늘 지근거리에 두고 수시로 법 조항을 찾아볼 정도의 ‘법치주의 신봉자’. 따라서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고 무시도 적당히 넘기지 않았다는 게 이 당직자의 설명이다.
5선 의원이면서도 법정선거 비용을 한번도 넘긴 적이 없고, 후원회는 모두 두 번만 했을 정도로 불법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조 대표의 ‘도덕적 우월성’도 탄핵 추진의 바탕이 됐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친노(親盧) 세력들은 ‘어떤 정치인이 노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있느냐’고 공격했지만, 그 자격을 갖춘 대표적 정치인이 바로 조 대표”라고 말했다. 조 대표 자신도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9일에는 그 가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11일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듣고 난 뒤 “노 대통령 탄핵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시급하다”며 탄핵에 부정적인 당내 소장파 의원들을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