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高대행 “헌재 결정 빨리해달라”

  • 입력 2004년 3월 12일 18시 09분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은 12일 탄핵안의 국회 통과가 확실시되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에 ‘흔들림 없는 안보 유지’를 지시하는 등 국정 안정을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탄핵안 통과 7분 전인 오전 11시50분이었다.

고 권한대행은 또 탄핵안 통과 직후에는 윤영철(尹永哲) 헌법재판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혼란을 줄이도록 헌재가 조속히 결정해 달라”고 요청한 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어 국민에게 죄송하다. 흔들림 없이 국정을 이끌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김덕봉(金德奉) 공보수석비서관을 통해 발표했다.

고 권한대행은 낮 12시반 참모들을 물리친 뒤 집무실에서 도시락으로 혼자 점심식사를 하며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구상했다. 이어 고 권한대행은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고, 오후 3시반 정부중앙청사 19층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고 총리는 각 부처 장관에게 “현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큰 우려가 한국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바뀌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 권한대행은 직접 대국민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온 국민의 관심이 자신에게 쏠렸지만 전면에 나서는 대신 빈틈없이 국정을 챙기는 행정가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오후 5시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무위원 간담회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고 대행을 종전처럼 “고 총리”라고 불렀다는 후문이다.

고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3분간 전화통화를 나눴다. 고 권한대행은 “비정상적 헌정사태를 부른 탄핵소추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했고, 최 대표는 “한나라당은 고 대행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고 권한대행의 한글 공식표기에 대해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라고 밝혔다. 외신은 ‘대통령권한대행’을 ‘acting president’나 ‘interim head of state(과도 국가수반)’ 등으로 표현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