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朴의장 “자업자득” 표결강행

  • 입력 2004년 3월 12일 23시 04분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12일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기자와 만나 “처음엔 이렇게 탄핵안 의결이 강행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내 재임기간 중 이런 일이 있어 착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수 없다”고 소회를 토로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 의장은 이번 16대 국회가 6선(選)의 정치인생을 마감하는 자리인 탓인지 “마지막으로 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도 있었는데…. 이런 폭풍 속에 휩쓸려 가슴 아프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장은 그동안 탄핵정국을 풀기 위한 물밑 노력이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의장은 10일 낮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노무현 대통령과 4당 대표간 회동을 제안했으나 청와대가 이를 거부했던 것.

그는 “노 대통령이 다음 날(11일)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각 당 대표를 부를 테니 함께 만나 대화하면 해법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김 실장에게 얘기했다”며 “그러나 김 실장은 ‘노 대통령이 지쳤다’며 회동이 어렵다고 알려와 난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호권 발동은 피하려 했지만 의장석 점거란 극한 상황은 계속됐다”며 “결국 의장은 국회법과 다수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의장은 12일 본회의 사회 도중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자업자득(自業自得)이야”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 의장은 정치권에 “정치권은 이번 사태로 국민통합에 나서야지, 정치적 이해득실에 골몰해선 안 된다”며 “이를 계기로 새롭게 태어나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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