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젊은이들이여, 거리로 나가라!"

  • 입력 2004년 3월 15일 15시 45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 가결로 연일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등 나라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도올 김용옥(중앙대 석좌교수)씨가 15일 “이 땅 아사달의 젊은이들이여! 정의의 횃불을 들고 불의의 저 벌판으로 뛰쳐나가라! 거리로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여 파문이 일고 있다.

도올은 이날 문화일보 칼럼 ‘도올 고성(鼓聲)’을 통해 “젊음은 불의에 항거함이다. 대낮에 저자 한복판에서 불의한 자들이 의로운 자를 몽둥이로 때리고 있다. 과연 참을 수 있을쏘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미 가파른 언덕을 굴러 내려가고 있다. 퀘묵은 바퀴에 녹이 떨어지고 삐걱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어찌 간음을 밥먹듯 하는 자들이 헤스터프린 가슴의 주홍글씨를 가리키며 간음자라 빈정거릴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스승의 말을 빗대, “어찌해 너희들은 여기 앉아 있느뇨? 거리로 나가라!”면서 “우리는 4·19에서 피를 흘렸다. 6·3에서, 광주항쟁에서, 6월 항쟁에서, 우리는 의혈을 뿌렸던 것이다. 두려워 말라”고 강조, 시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낳고 있다.

그는 “봄이 오고 있다. 봄은 얼어붙은 대지에 미풍을 일으키고 죽은 등걸에 새싹을 돋게 하나니, 힘껏 외쳐 기쁜 소식을 전하라”면서 “봄이 와 아무리 뛰거나 걸어도 고단하거나 지치지 않을 것이다. 거리로 나가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동학혁명을 거론하며 “동학의 수레바퀴는 반상의 구별과 적서의 차별을 깔아뭉갰으나 아직도 사족의 자갈들이 바퀴를 멈추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수레는 되돌릴 수 없는 길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한편 도올의 글이 보도되자 이날 오후부터 네티즌들이 전문을 각 포털사이트의 게시판과 토론장 등으로 옮겨 이슈화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젊은이들이여, 거리로 나가라! (도올 고성 원문)

봄! 봄! 봄이 오고 있다. 이 땅 아사달의 젊은이들이여! 거리로 나가라! 봄을 맞이하여라! 봄의 오심을 예비하거라! 벌판에 큰 길을 훤히 닦아라! 봄은 얼어붙은 대지에 미풍을 일으키고 죽은 등걸에 새싹을 돋게 하나니, 힘껏 외쳐 기쁜 소식을 전하라. 봄이 저기 오신다. 힘빠진 이에게 힘을 주고, 기진한 이에게 기력을 준다. 솟구쳐 오르는 독수리처럼 아무리 뛰어도 고단치 아니하고,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아니하리라! 아사달의 젊은이들이여! 거리로 나가라!

젊음이 무엇이뇨? 불의에 항거함이다. 대낮에 저자 한복판에서 불의한 자들이 의로운 자를 몽둥이로 때리고 있다. 과연 참을 수 있을쏘냐? 노자(老子)는 말했다. 젊은이는 약하고 늙은이는 강하다. 약함은 삶의 무리요, 강함은 죽음의 무리다.(柔弱者, 生之徒; 堅强者, 死之徒.) 젊음은 나이를 모른다. 오로지 강함을 자처하는 자들만이 늙은이요, 그들만이 죽어가고 있는 자들이다!

안암의 동산에 앉아 있을 때, 나의 스승은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희들은 여기 앉아 있느뇨? 거리로 나가라! 디케(정의)의 횃불을 들고 불의의 저 벌판으로 튀쳐나가라! 그래서 우리는 4·19에서 피를 흘렸다. 6·3에서, 광주항쟁에서, 6월항쟁에서, 우리는 의혈을 뿌렸던 것이다.

두려워 말라! 봄이 항상 너의 곁에 있다. 정의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준다. 헤스터 프린의 가슴에 새겨진 주홍글씨가 너의 가슴을 불사를지라도, 보라!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미 가파른 언덕을 굴러내려가고 있다. 퀘묵은 바퀴에 녹이 떨어지고 삐걱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어찌 간음을 밥먹듯 하는 자들이 헤스터 프린 가슴의 주홍글씨를 가리키며 간음자라 빈정거릴 수 있을까 보냐?

동학의 수레바퀴는 반상의 구별과 적서의 차별을 깔아뭉갰다. 그러나 아직도 사족의 자갈들이 바퀴를 멈추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레는 되돌이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봄이 오고 있다! 인생은 한낱 풀포기, 그 영화는 들에 핀 꽃과도 같다. 풀은 시들고 꽃은 지지만 봄은 영원하리라!

아사달의 모든 젊은이들이여! 삼각에 올라 기쁜 소식을 전하여라. 두려워 말고 소리를 질러라! 봄처녀 저기 오신다! 죽음의 무리를 쓸어버리며 새싹을 가슴에 품고 천지의 생명을 곱게곱게 몰고 오신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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