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다. 국민은 곧 우리의 진심을 알게 될 것이다.”
거센 탄핵 역풍의 한가운데 있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사진)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TV 방송을 통해 탄핵 가결 장면이 반복 보도되면서 국민의 마음을 건드렸지만, 진상이 알려지면 서운한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대표는 15일 기자와 만나 “우리가 헌정 질서를 파괴했느냐”고 반문한 뒤 “결국 탄핵 사유를 만든 장본인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자신이었다”고 단정했다. 노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데다 측근비리에 대해선 변명으로 일관한 사실 등이 겹쳐져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가 방송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도 이 같은 탄핵 결정 배경 설명이 빠진 일방적 보도 때문이었다.
최 대표는 앞으로 사회가 안정될 경우 여권이 문제 삼는 ‘탄핵 가결=국정 불안’ 논리의 허구성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오늘 주가가 올라가는 등 시장에선 안정감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이런 상황에서 마치 한나라당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처럼 헌정 중단 운운하는 것은 마타도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지율 회복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였다.
최 대표는 “오늘 자체 조사결과를 살펴보니 민주당에 비해 한나라당의 기존 지지층은 거의 무너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열을 정비해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면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여기엔 친노(親盧) 진영의 세 결집이 가속화되는 만큼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도 조만간 뭉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었다.
탄핵 정국이 ‘친노 대 반노(反盧)’의 총선 구도로 급속히 재편될 경우 야당의 전통적 무기인 ‘현 정부 심판론’의 희석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최 대표는 “조심스럽지만 친노 대 반노 구도도 뒤집어보면 현 정권에 대한 평가 문제”라며 “앞으로 총선에서 ‘지난 1년이 행복하셨습니까’라고 물어보면 국민은 어떤 평가를 내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대표는 총선의 승부수를 ‘변화’에 맞췄다. 40%를 웃돈 공천 물갈이 비율과 대표직 사퇴를 통한 제2창당의 바람이 정치 불신에 식상한 유권자들을 파고들 수 있는 호재라는 것.
그는 “지금은 원자탄(탄핵) 때문에 재래식 폭탄은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더욱 노력하겠지만 다른 당은 엄두도 못낸 공천 물갈이와 전당대회의 변화를 유권자들이 평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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