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대행 “정치발언 신중하라”…총선영향 발언 관련 지시

  • 입력 2004년 3월 16일 18시 30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의결을 둘러싸고 일부 장관들이 총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민감한 발언을 쏟아내 선거중립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과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의 문제 발언에 대해 “노 대통령의 뜻이 실렸다”고 공세를 펴고 나서 ‘노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16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강 장관의 ‘17대 국회 탄핵소추 취하 가능성 검토’ 발언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몇몇 장관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합헌적으로 대행 역할을 하는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을 견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총무는 또 “이 같은 언행이 계속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 장관은 자숙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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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총무는 허 장관이 ‘문화축제 형식의 촛불집회는 허용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선 “자기 맘대로 법을 해석하는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이날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선거중립과 공정선거 조성에 앞장서야 할 장관으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명백하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이라고 규정한 뒤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선관위 조사와 검찰 고발을 의뢰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허 장관의 촛불집회 관련 발언에 대해 “강 장관에 이은 제2의 ‘노빠(노무현 오빠를 줄인 말)장관’의 등장”이라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소집해 추궁키로 하는 한편 고 대행에게 두 장관의 문책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고 대행은 이날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금같이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정치사안에 대해 발언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했다.

강 장관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가능하다면 (17대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취하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고 말했고, 허 장관은 16일 방송에 출연해 “신고를 하지 않거나 해 진 뒤 여는 촛불집회는 불법이지만 문화행사 차원의 집회는 불법집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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