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대행은 “국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소관업무의 구체적 추진 일정을 짜서 보고하라”며 특유의 꼼꼼한 국정 챙기기에 나섰다.
고 대행은 구체적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경우 △이라크 파병부대의 안전대책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실무그룹 구성 △꽃게잡이철에 예상되는 서해상의 우발적인 남북간 충돌 대책 등을 당부했다.
고 대행은 경제분야에선 △국가신인도 유지 △투자활성화 △원자재 수급 △서민 물가 안정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 등을 열거하고, 곧 외국인 투자자들과 외신기자들을 총리공관에 초청해 간담회를 갖겠다는 뜻도 밝혔다.
고 대행은 “(장관들은) 총선을 앞두고 엄정중립 입장을 어긴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도록 하라”며 선거에서의 엄정중립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또 폭설피해복구비가 어떻게 지급되는지를 주기적으로 파악하라고 지시하는 등 민생 관련 사안은 장관들이 미세한 부분까지 잘 챙기도록 당부했다.
장관들은 안건마다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했으나 비상 상황 탓인지 이전처럼 회의 후반부에 별도의 토론 안건을 상정해 집중 토론을 벌이는 일은 없었다. 이에 따라 평소 3시간가량 걸렸던 국무회의가 이날은 2시간20분 만에 끝났다.
이날 국무회의 결과는 노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고 대행이 박봉흠(朴奉欽) 대통령정책실장에게 “노 대통령이 국정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알려드릴 것은 알려드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
한편 고 대행은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 매일 집무실에서 홀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경호상의 이유로 외부 식당을 이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국정 전반을 혼자 구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 측근은 전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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