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탄핵 가결 후 총선이 인물 검증보다는 노 대통령 재신임 문제와 결부된 대통령선거로 변질됐다"며 "이런 상황 조성에 책임이 있는 노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회가 탄핵을 철회하면 국론 분열을 수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전날(16일)부터 당 공천자들을 대상으로 탄핵소추안 철회에 관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그 결과를 지도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어 "노 대통령이 끝내 사과하지 않더라도 (23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대표는 탄핵안을 무조건 철회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국민대타협을 위해 탄핵안을 먼저 철회하면 열린우리당이 큰 타격을 입고 여론은 반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의원의 주장은 탄핵 역풍에 위기감을 느낀 수도권 출마자들의 우려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탄핵 철회 없이는 국면 반전이 어렵고, 현 구도가 고착되면 수도권 총선 참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에 출마하는 한 후보자는 "인물 대결이 실종된 상태에서 탄핵 철회 등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탄핵 명분 확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민감한 시기에 나온 안 의원의 주장이 자칫 '내홍(內訌)'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곤혹스러워 하며 파문 진화에 부심했다.
홍사덕(洪思德) 의원은 "철회 얘기를 듣고 상당히 분노했다"고 말했고, 윤여준(尹汝雋) 여의도연구소장은 "얼마 전까지 구국의 결단이라고 해놓고 여론이 안 좋다고 바로 꼬리를 내리면 한나라당이 얼마나 우스운 정당이 되느냐"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의 반응도 냉랭했다.
민주당 이승희(李承姬) 선대위 대변인은 "당장의 불리한 여론 때문에 원칙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법으로도 안 되는 탄핵 취하를 운운한다면 어떻게 국민대표기관을 자임할 수 있느냐"며 "웃기는 얘기이며 장부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안 의원은 이날 오후 해명서를 내고 "이번 설문조사는 탄핵철회 서명운동이 아니라 탄핵 정국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하고 설문조사 중단 방침을 밝혔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상임운영위원회에서 "당초 안 의원을 문책하라는 당원들의 요구 때문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려 했다"며 "그러나 안 의원의 해명이 수긍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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