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린우리당의 ‘부끄러운 1위’

  • 입력 2004년 3월 17일 18시 33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48명 중 10명이 각 정당의 총선 공천자로 확정됐다고 한다. 이 중 열린우리당 소속이 5명으로 가장 많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각 2명, 민노당이 1명인 것과 견주어 ‘부끄러운 1위’다. 틈만 나면 새 정치를 외치는 실질적 여당이 그처럼 후보의 도덕성 검증을 소홀히 해도 되는지 실망스럽다.

썬앤문그룹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무현 대통령 측근 이광재씨 등 불법 대선자금 연루자들이 후보로 확정된 것도 마찬가지다. 돈 선거 추방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마당에 이들의 총선 출마가 과연 바른 선택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이씨의 경우 자숙(自肅)해야 할 입장에서 경선에 나가지 말아야 했고, 당 차원에서도 적극 말렸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고발 또는 재판 중인 상태에서 법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혼탁한 정치판을 새롭게 바꾸려면 공천 과정에서부터 부패 비리 전과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은 단호하게 걸러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도덕적 결함을 호도하려는 정치인들에게 당이 휘둘려선 안 된다. 그것이 바로 개혁공천이다.

열린우리당은 지금 ‘탄핵 역풍’에 따른 지지율 상승으로 한껏 고무돼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변하는 게 민심이다. 잘못된 공천은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새 선거법은 예전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탄핵정국의 분위기를 타고 요행히 당선된다 해도 위법 사실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까지 갈 수 있다.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이런 일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공천자의 면면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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