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탄핵가결 자체보다 그이후가 문제”

  • 입력 2004년 3월 17일 18시 51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그 자체보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朴容晟)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수영(李秀永) 회장,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김용구(金容九)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은 1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와 조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정치권에 “정치를 안정시키고, 시위를 자제시키면서 지금의 불확실성을 빠른 시일 내에 해소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탄핵, 경제 충격 거의 없다”=박 회장은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상당히 걱정했는데, 정부측이 경제 분야에 완벽히 대처해 그 충격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주식 환율 등이 다 안정됐고, 외부적 문제도 없다”고 진단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규황(李圭煌) 전무도 “탄핵 정국은 경제계에 큰 영향이 없는 것 같다. 헌정질서 내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이석영(李錫瑛) 부회장은 “무역업계는 수출이 잘되고 있다. 2·4분기 수출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자재난에 따른 어려움이 있지만 수출업계에서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핵 시위 자제했으면…”=이 회장은 “요즘 노동자단체와 경영자단체간에는 토론으로 진지하게 문제를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탄핵 관련) 길거리 시위가 생겨나면서 노사 관계도 대화문화가 아닌, 시위문화로 바뀔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길거리 시위는 잘못하면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이 모두 힘을 합쳐 이런 시위를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또 김 회장은 “정치가 안정돼야 경제가 안정되고, 법질서가 유지되면 경제활동이 잘된다”고 말했고, 박 회장은 “경제계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차분히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살리기에 여야 없어야…”=경제단체장들은 여야 정치권에 “탄핵 정국 속에서도 경제와 민생 챙기기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400만 신용불량자 문제만큼은 여야가 협력해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 달라. 그러지 않으면 소비 촉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 전무는 “기업투자가 활성화되려면 수도권 규제가 풀려야 하는데, 국회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제단체장들은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몇 달 뒤엔 해외 수주 등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헌재가 가능한 한 빨리 이 사태를 정리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민주당도 경제챙기기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이석영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왼쪽부터) 등 경제5단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치권의 경제계 지원을 약속했다. -박영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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