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탄핵 "국회 합법행위"▼
“‘탄핵 반대’ 촛불시위를 지켜만 볼 것이냐.”
요즘 ‘대한민국을 지키는 바른선택 국민행동’ ‘국민행동 친북좌익 척결 본부’ 같은 대표적 보수단체의 사무실엔 이런 전화가 하루에 수십통씩 걸려온다.
바른선택국민행동 신혜식(申惠植) 사무총장은 “보수진영까지 서울 광화문일대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 양측간 갈등과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국정이 안정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최대한 참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지지 성명’만 발표하고, 사태를 관망하던 보수단체들은 15일 376개 단체의 연합체 성격인 ‘대통령 노무현 탄핵 지지 국민연대’(국민연대)를 결성했다. 친노(親盧) 시민단체와 KBS 등 공영방송이 헌법에 따른 적법 절차로 이뤄진 ‘탄핵 가결’을 의회쿠데타인 것처럼 선전 선동하며 국민을 속이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국민연대의 대변인 격인 서정갑(徐貞甲·육해공군대령연합회 회장)씨는 “대통령을 합법적으로 탄핵시킨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재 국가에선 탄핵을 상상도 할 수 없다”며 “그런데 KBS는 이를 인정 않고 내란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대는 그동안 3·1절과 광복절 때 서울시청 앞에서 10만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주관했던 ‘반핵 반김정일 국권수호 협의회’ 소속 150여개 단체와 보수진영 차원의 낙천낙선 운동을 주도해 온 바른선택국민행동 소속 60여개 단체가 총망라돼 있다.
국민연대는 1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에서 탄핵정국에 대한 편파 불공정 보도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여는 것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서씨는 “‘찬탄’과 ‘반탄’의 대규모 충돌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광화문 시위 대신 ‘KBS 시위’를 선택했다”며 “그러나 친노 세력의 촛불시위가 계속된다면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대는 친노 진보진영이 이번 탄핵정국을 ‘민주 대 반민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합법적 탄핵’이란 민주주의를 부정하면서 민주를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무엇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인지를 알리는 대국민 선전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연대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약 70%가 탄핵을 반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보수단체의 핵심관계자는 “탄핵을 찬성하면 마치 ‘범법자’처럼 취급받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反탄핵 "의사당 쿠데타"▼
그동안 사안에 따라 정부 지지에 대해 찬반을 달리했던 개혁 및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탄핵안 가결 이후 탄핵 반대의 기치 아래 뭉쳤다.
이들은 탄핵안 가결 직후인 13일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국민행동)을 결성해 촛불집회와 각종 야권 규탄 운동에 나서고 있다.
국민행동에는 참여연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중연대 등 55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6인 공동상임대표는 민노총 이수호(李秀浩) 위원장, 환경운동연합 최열(崔冽) 대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현백(鄭鉉栢) 상임대표, 문규현(文奎鉉) 신부, 아름다운재단 박원순(朴元淳) 상임이사,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오종렬(吳宗烈) 상임의장이 맡고 있다.
국민행동의 운동 방향이 열린우리당의 총선전략과 엇비슷한 데다 참여 단체의 상당수가 2004년 총선시민연대 소속이라 탄핵반대 운동이 간접적으로 여권의 선거운동을 돕는 것처럼 비칠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국민행동은 핵심 운동 방향을 △의회 쿠데타를 주도한 낡고 부패한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 운동 전개 △친노(親盧)-반노(反盧)를 넘어 1987년 6월항쟁 이래 수구부패 정치세력에 의해 지체돼 온 민주개혁 완성 등으로 규정했다. ‘민주개혁의 완성’은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15일부터 4월 총선구도를 ‘민주 대 반민주’로 규정한 것과 맥이 닿는 것으로 그동안 현 정부에 거리를 둬 왔거나 ‘비판적 지지’ 입장이었던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의 ‘친노 쏠림’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행동의 한 관계자는 17일 “열린우리당과 교감은 없지만 탄핵정국에는 견해가 비슷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경찰이 촛불집회를 문화행사로 인정하지 않은 만큼 다른 대국민 홍보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국민의 힘’ 등 친노 핵심단체들은 국민행동과는 별도의 조직을 가동하면서 사실상 야권에 대한 낙선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의 충돌도 예상된다.
노사모 인터넷 사이트에는 탄핵안 가결 이후 매일 서울부터 제주까지 촛불집회 장소와 시간 및 행동 요령이 공지되고 있다. 특히 탄핵안에 서명한 야당 의원 195명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와 국회 의원회관 및 각 지구당 전화번호를 게재해 회원들로 하여금 항의전화를 걸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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