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우궈광/中-美6자회담 줄타기

  • 입력 2004년 3월 17일 19시 21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2차 6자회담은 1차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하지만 회담을 주재한 중국과 핵문제 당사자의 하나인 미국은 모두 이번 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렇다. 6자회담으로 인해 중미 관계는 크게 개선됐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현재 중미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제2차 6자회담 이후의 중미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인가.

답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더라도 군사력을 사용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난처한 처지를 교묘히 이용해 일련의 다자회담을 중재했다. 중국은 단지 6자회담의 진행만으로도 미국에 대해 중요한 카드를 쥐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중국은 6자회담에서 진정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 늘 조그만 진전이라도 이뤄 위기 조정능력을 보여주긴 해야 하지만 말이다.

중국이 북한의 위협을 받아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간에는 이미 하나의 묵계가 이뤄져 있는 것 같다. 바로 6자회담이라는 과정을 통해 평양은 베이징과 사이좋게 지내고 베이징은 워싱턴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문제가 해결되면 평양이 직접 워싱턴과 사이좋게 지내게 돼 베이징이 중간에서 이익을 보기 어렵다. 또 위기가 수습되지 않는다면 워싱턴이 직접 평양에 대해 강경정책을 취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베이징은 반대로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베이징은 앞으로도 6자회담이 계속 열리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며 또한 제도화하려 할 것이다.

6자회담은 중국 외교의 일대 승리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대미 외교에 대한 지렛대를 강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지렛대를 통해 베이징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 초 보였던 친(親)대만 입장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더구나 대만 국민투표 문제에서 백악관의 지지까지 얻어냈다. 베이징은 최근 양안 문제를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했다. 그 열쇠는 미국의 도움이었다. 미국이 베이징을 기꺼이 도왔던 것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의 노력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대만 문제에서 자기 나름대로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다. 미국은 중미 관계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베이징에 대한 요구 수준을 높이고 있다. 베이징이 6자회담으로 강화한 대미 지렛대와 형평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2차 회담의 개최일이 발표된 지 며칠 되지 않아 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리비아에 핵 기술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다시 높임으로써 ‘인권 카드’로 중국의 ‘북한 핵 카드’를 상쇄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 외교계 내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2차 회담을 개최하면서 고의로 평양과 워싱턴간의 모순을 덮어버리고 미국을 오도해 단지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은 6자회담 개최 노력을 통해 확실히 워싱턴에 대한 협상 지위를 높였고 중미 관계도 개선시켰다. 그러나 이는 중미 관계의 기본 구조상의 모순이 약화됐다거나 소멸됐다는 뜻은 아니다.

우궈광 홍콩 중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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