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한나라 대표경선주자 토론회 중계 안하기로

입력 2004년 3월 18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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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MBC가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후보 토론회 중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편파방송 시비로 날카롭게 대치중인 양측의 신경전이 정점을 향해 치닫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고광욱 미디어대책팀장은 18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MBC는 19일 오전 , KBS는 20일에 후보 합동 토론회를 중계하기로 한나라당과 구두로 약속을 한 상태였으나 MBC는 17일 오후, KBS는 이날 오전 전화로 ‘토론회 중계 불가’를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KBS 기획제작국 송성근 책임프로듀서는 “최근 열린 각 당의 전당대회는 이미 한번씩 방송을 했다”면서 “총선을 코 앞에 둔 예민한 시기에 KBS가 (특정당의 특수상황에 의해 치러지는) 당내 행사에 들어가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이 ‘윗분’들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KBS 오진산 부주간은 “프로그램 편성은 방송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MBC 배귀섭 보도제작국장은 “일단 한나라당이 요구한 시간과 MBC가 원하는 시간이 맞지 않았다”고 밝히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봐야 하는데 그곳의 요구사항을 MBC가 엄격히 지킬 수 있을지 신중하게 검토 할 필요가 있다. 결정이 변경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일단 한나라당에는 (중계가)어렵다고 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MBC 보도제작국의 또다른 관계자는 “전당대회 후보자들에 대한 중계방송 여부는 전적으로 방송사의 재량으로 선거법에 저촉받지 않으며 다만 중계방송 과정에서 불공정 여부 판단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할 사항이라는 게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지만 토론 내용이 일방적으로 흐를 수 있어 중계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MBC는 하루 전 탄핵정국에 대한 방송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야당에 선전포고에 가까운 논평을 낸 바 있어 한나라당과의 전면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MBC는 17일 저녁 8시 라디오뉴스와 TV 의 ‘뉴스24’를 통해 ‘비이성적 언론관을 개탄함’이란 제목으로 “방송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 할말이 많지만 언급 자체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며 맹 비난을 퍼부었다.

MBC는“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 탄핵정국에서 비이성적 언론관을 드러냄으로써 꿩만 놓친 게 아니라 알까지 깨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며 “탄핵안 가결 이후 두 야당의 지지율 급락은 여론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이 사태를 가감 없이 보여준 방송 탓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두 야당은 방송 때문에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주장했다.

SBS는 양 방송사와 달리 22일 오전 토론중계를 할 예정이었으나 KBS-MBC 등이 내부적으로 불가 방침을 정하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BS 보도제작국 관계자는 “토론회 개최가 선거법에 위반되는지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 방송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양대 메이저 방송사의 중계거부로 전당대회 ‘흥행’에 큰 차질이 생긴 한나라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비상언론대책특위 회의를 통해 대응책을 모색했다. 민충기 미디어단장은 “19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대표경선 후보 5인의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 방송사의 중계거부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고 다시 한번 양 방송사에 토론회 중계를 요청 할 계획”이라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한나라당 전대준비팀의 관계자는 “(KBS와 MBC의 중계거부는) 감정싸움 같다. 선거법과 관련해서는 별 문제될 게 없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관련 토론도 중계방송을 하지 않았느냐”며 양방송사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