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발단은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2일 조 사장이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chogabje.com)에 ‘한국 민주주의 승리’라는 글을 올리면서부터.
조 사장은 이 글에서 탄핵안 가결을 ‘대한민국의 헌법. 그리고 국회및 민주주의 승리’라고 규정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조속한 시일내에 사임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탄핵안 가결을 영국의 크롬웰 혁명에 비유하며 “무력도 시위도 아닌 국회의원들의 표로써 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몰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국의 민주주의는 한 키 성숙했다”고 추켜세웠다.
이어서 “이제 대한민국의 정통 주류세력이 다시 나라의 중심에 서서 책임과 의무, 그리고 자기혁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대한민국 만세” 를 외치며 글을 맺는다.
그는 이 글을 올렸다가 몇시간 뒤 스스로 내렸지만, 그렇지 않아도 격앙돼있던 열린우리당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즉시 ‘정권 찬탈을 위한 조순형과 조갑제의 악마적 거래’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그는 “노대통령의 당선에 분을 삭이지 못하던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이 일찌감치 정권찬탈의 음모를 갖고 조순형 대표에게 거래를 제시했다”며 “야3당이 협력해 대통령을 탄핵한뒤 개헌을 조건으로 조순형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순형 대표의 대권 욕심과 한나라당의 권력찬탈 음모가 맞물려 탄핵이라는 사상초유의 추악한 공조가 이뤄졌다”며 “조-조간의 악마적 거래는 국민의 철퇴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말을 들은 조갑제 사장이 발끈했다.
조 사장은 “거래라니,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고 말하고 “적어도 ‘악마’라는 표현을 쓰면 안되는 것 아니냐. 법적 대응도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싸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서 부대변인은 조 사장의 반박이 알려지자 17일 재차 포문을 열었다.
그는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의 정권찬탈 시나리오를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던 날) 한쪽에서 만세를 부르며 수구 반동세력들에게 다시 악마적 손짓을 한 이가 있다.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조 사장의 12일 논평을 다시 인용, “조 사장이 ‘헌재의 파면결정을 끌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통령직이 정직되면 선동정치로 동원할 수 있는 힘은 공권력에 의해 진압될 것이며 친북 어용 방송이 거대한 민심의 규탄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자 하루도 안돼 그 글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조갑제 사장. (노대통령 탄핵이)자랑스러운가. 그 자랑스러움은 당신이 이 글을 올렸다 내린 그 순간 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들의 행위와 그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역사 속에 그대로 기록될 것이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조 사장은 “정권찬탈은 총이나 무력으로 정권을 뺏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 탄핵은 표로 심판한 것”이라며 “오히려 폭력으로 (탄핵) 헌정절차를 저지하려고 한 것은 열린우리당”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 부대변인이 사용한 악마적이라는 단어는 짐승보다 못하다는 소린데, 이런 저질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야말로 열린우리당이 악마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라면서 “법적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조 사장은 또 ‘조순형 차기대통령 밀거래설’에 관해 “나는 조순형 의원을 꼭 16년 전인 1988년 봄에 마지막으로 만났다. 그 뒤로는 통화 한 번 없었다. 조순형 대표와 정략적인 밀거래를 할 시간이나 기회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갑제 사장은 지난해 8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숨은 그림:탄핵, 내각제, 정계개편’이라는 글에서 노대통령의 탄핵을 처음 언급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탄핵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다.
탄핵은 이제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됐지만, 조 사장의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인지 모른다. 총선과 맞물려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탄핵정국의 회오리 속에서 친노-반노, 진보와 보수 간의 이슈선점을 위한 치열한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 우리당 ‘조갑제 사장의 정권찬탈 시나리오를 고발한다’논평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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