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갑은 13개동에 6만8000여 가구로 구성돼 있으며 유권자 수는 16만에 이른다. 현역은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46) 의원. 2000년 16대 총선 때 민주당 우상호(禹相虎·42)씨를 1364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서 우씨는 열린우리당으로 간판을 바꿔 이 의원에게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선후배 사이라는 점에서 4년 전에도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우씨는 현재 열린우리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호남 출신 인구비율이 높은 편인 이 지역은 민주당 김상현 의원이 내리 4선을 지낼 정도로 야당 세(勢)가 강한 곳이다. 16대 총선 때 이 곳에서 5선을 노리던 김 의원은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대상 명단에 오르는 바람에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김 의원의 대타로 나선 사람이 바로 우 위원장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김 의원은 광주 북갑에 공천을 신청했는데, 서대문갑과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에서 그의 아들인 김영호(金映豪·36)씨를 이 지역 공천 대상자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6대 때도 워낙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렸던 만큼 이성헌 우상호 양강 구도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의 표가 얼마나 나올지 또 그것이 어느 쪽 표를 더 갉아먹을지가 무시못할 변수로 떠올랐다.
또 20~40대 젊은층이 전체 유권자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젊은 층의 표가 어떻게 분산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성헌 의원은 의정활동 성과를 홍보하는 데 주력하면서 일꾼 이미지를 강조한다. “지역구민들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해준다면 무난히 재선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이 의원은 “정치개혁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는 정당 대결보다는 인물 대결 양상을 띨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로부터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의원은 당내에서 개혁 성향 소장파그룹에 속해 정치개혁 실무를 맡는 한편 지역 발전에도 적잖이 노력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제동 유진상가 일대의 지역균형발전촉진지구 지정, 경의선 철도 충정로 북아현 구간 복개 결정, 안산(연세대 뒤편 산의) 공원화 계획, 홍제천의 생태하천 복원 방침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의원은 젊은층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해 교육특구 지정, 시설 이전비용 확보 등 교육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상호 위원장의 강점은 상대적으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다. 여기에 열린우리당의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전대협 부의장을 지내며 1980년대 학생운동의 중심에 섰던 우 위원장은 졸업 후 전국연합 부대변인, 청년정보문화센터 소장을 지내다 뒤늦게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는 15대 총선 패인으로 선거 운동기간이 짧았던 점, 386이라는 이미지 중첩으로 차별화에 실패한 점 등을 꼽았다.
우 위원장은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정치개혁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강한 만큼 새로운 정치 대 낡은 정치 구도의 전선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신성과 개혁성에서 앞선다는 평을 듣는 그는 이 지역을 문화특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각종 문화산업을 육성해 지역 내 대학들과 연계, 산학협동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산업과 소비가 함께 이뤄지는 문화의 거리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민주당 김영호 후보는 중국통이라는 전문성을 강조해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이다.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고정표에 덧붙여 가장 젊은 덕분인지 20~30대 표가 ‘의외로’ 쏠리고 있고 두 후보에 비해 자신을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50~60대층 일부가 지지성향을 보여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아버지’ 얘기를 안 하는 것이 선거전략 첫째라고 밝혔다. 이유는 그것이 득표에 더 도움이 되고 아버지 후광이라는 세간의 평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란다.冬
조성식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신동아 2004.4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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