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열린우리당의 김진표(金振杓·57)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한나라당의 한현규(韓鉉珪·50) 전 경기 정무부지사가 맞대결을 펼친다. 민주당에서는 김종열(金鍾烈·54) 전 수원시의회 의장을 후보로 내세웠지만 상대적으로 약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직 경력만 보면 김 전 부총리 쪽으로 추가 기우는 듯싶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 전 부지사도 쉽게 볼 수 없는 상대다. 특히 두 후보의 싸움은 노무현(盧武鉉)과 손학규(孫鶴圭) 사단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전 부지사는 성장론자이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건전 보수를 표방한다. 건설교통부 기획예산담당관과 건설경제국장, 고속철도기획단장, 참여정부 청와대 건설교통비서관을 지낸 한 전 부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개발관료.
정무부지사 재임 때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잇달아 터뜨려 세간의 관심을 경기도로 끌어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이 경기부지사로 오게 된 것도 이채롭다. 그는 “서울이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었다면 2만달러 시대는 경기도가 이끌어야 한다는 지론을 한나라당 소속 손학규 지사에게 설명하자 덜컥 정무부지사를 제의해 놀라면서도 제대로 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내심 반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균형발전론 보다는 경기도 주도의 성장론을 강력히 주장한다. 분배나 균형발전을 주장하기에는 아직 파이가 작다는 것.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억제 위주의 수도권 정책을 과감히 포기하고 성장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삼성반도체가 있는 대한민국 경제중심지 수원 영통에서 김 전 부총리와 맞붙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심판하겠다는 것이 영통을 선택한 이유다.
이에 비해 김 전 부총리는 참여정부의 경제총수를 지낸 인물로 분배론자로 분류된다.
김 전 부총리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정통 재무관료다. 그는 수원출신의 큰 인물론을 내세워 표밭을 공략하고 있다.
“이병희 장관 이후 제가 수원출신의 두 번째 장관입니다. 인구 100만이 넘는 전국 최대 자치단체지만 수원은 그동안 정치적인 비중이 낮게 평가돼왔습니다.” 큰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서 잔뼈가 굵었고 50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자신이야말로 실천 능력과 기반을 검증받은 인물로 수원 정치·경제 발전의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혼탁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판에도 이제 경제논리와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나서야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 가능하다는 깨달음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선거 초반부터 한 전 부지사가 부지사로 재임하면서 강력하게 추진한 이의동 행정신도시를 걸고 넘어져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그는 “이의신도시를 조성하려면 약 6조원이 드는데 재원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 재원 조달을 위해 대단위 아파트 부지를 조성하면 난개발 또는 과밀 개발이 불가피하다”며 “수원시나 경기도만 부담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부담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특별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전 부지사는 “재원조달 방안은 1년 전부터 수립돼 있다”며 “이의신도시는 첨단기술과 질 높은 교육이 공존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남경현 동아일보 수원 주재기자 bibulus@donga.com
<신동아 2004.4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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