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지역구]경남 창원을 이주영 권영길 격돌

  • 입력 2004년 3월 19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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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창원을 선거구. 재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53) 의원과 사상 첫 원내 진입을 노리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權永吉·63) 대표가 이곳에서 맞붙는다. 16대 총선에 이은 리턴매치다.

열린우리당은 정당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후보를 낼지, 민주노동당과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공천을 포기할 것인지를 아직 고민중이다. 일단 부동층의 향배가 선거구의 큰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2002년 대통령선거 TV토론 등을 통해 지명도를 한껏 높인 권 대표가 일단 이 의원을 상당히 앞선 가운데 출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3월6일과 7일 마산MBC가 창원을 유권자 14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권 대표 32.1%, 이 의원 16.8%로 더블 스코어에 가까웠다. 지지후보가 없다는 대답은 51.8%. 유권자의 절반 가량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16.3%, 민주노동당 14.2%, 열린우리당 11.4%로 한나라당이 앞서고 있다. 권 대표의 지지도는 한달 전과 비슷하게 유지된 반면 이 의원은 4.6% 포인트 떨어지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앞서 2월의 다른 조사에서도 권 대표가 이 의원을 훨씬 앞섰다.

이 의원 캠프에서도 ‘열세’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의 한 측근은 “무응답층이 50%를 넘는 상황이어서 예단은 이르다”고 주장했다. 고정적인 한나라당 지지층과 부동층을 흡수하면 권 대표를 충분히 따라잡고 전세를 뒤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후보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민노당은 “당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민노당은 무엇보다 권 대표에 대한 지지율 정체가 고민거리다. 32%선을 맴돌면서 도약을 못하고 있기 때문. 지난 총선에서 이 의원은 43.86%를 얻어 38.45%를 얻은 권 대표를 눌렀다. 5150표 차였다. 권 대표는 현재 지난 총선 당시의 득표율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로 우위를 이어가는 셈이다.

이 의원은 “중앙무대에서의 충실한 의정활동은 물론 지역 숙원사업도 열심히 해결했다”며 “민노당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통해 승부를 내겠다”고 말했다. 특히 민노당이 내놓는 공약 중에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들이 많다면서 이들 공약의 허구성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고, 조직의 열세는 독특한 홍보전으로 만회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와 함께 차기 한나라당 대표 후보군에 포함된 점을 들어 ‘깨끗한 차세대 리더’로서의 상품성을 강조한다는 구상이다. 이 의원측은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 마련, KAIST(한국과학기술원) 분원 유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권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와 유권자 반응 등을 종합하면 ‘감(感)’이 매우 좋다”며 ‘민생정치 실현을 위해 보수와 진보가 뚜렷이 구별되는 정책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7500명에 이르는 민주노총 조합원, 일부 한국노총 노조원, 농민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결속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부산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한나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 원내부총무, 인권위원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12월 ‘부부의 날(매년 5월21일)’이 법정 기념일이 되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권 대표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신문 파리특파원 등을 지냈다. 언론노조위원장과 전국민주노조총연맹 초대 위원장을 거쳐 1997년 ‘국민승리21’ 후보로, 2002년에는 민노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

권 대표가 의정 단상에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를 외칠지, 모범적 의정활동을 벌인 이 의원이 17대에도 원내에 진출해 한나라당의 차세대 주자로 부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정훈동아일보 사회2부 기자 manman@donga.com

<신동아 2004.4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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