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의장석에 선 것은 오전 11시22분. 박 의장은 격렬히 항의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향해 “만약에 계속해서 ‘난동’을 피우시면 퇴장을 명하겠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박 의장은 이어 “경호권을 발동하지 않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두 차례 말했다.
11시25분 투표가 개시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회 쿠데타야”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에 박 의장은 “존경하는 정세균 의원, 장영달 의원, 김근태 의원, 의장으로서 할 얘기는 아닙니다마는, 왜 이런 일을 자초합니까. 자업자득입니다”라고 일갈했다.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한 것이 쿠데타지”라고 반박했고, “자, 투표할 사람들 이리 와요”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 방송을 보고 계시는 국민은 거리로 나오셔서 이 쿠데타를 중단시키는 데 앞장서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박 의장은 이에 “여러분! 민주화투쟁이라면 내가 여러분보다 더 많이 한 사람입니다”라며 ‘자업자득’이란 말을 두 차례 더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3·12 쿠데타를 중단하라”고 계속 외쳤고, 야당 의원들은 이들을 막으며 “잡아, 잡아. 방심하면 안돼” “여기 뚫린다. 저기 막아”라고 소리쳤다. 한 의원은 “자민련이 당론으로 찬성했습니다”라고 전했고, 또 다른 의원은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했으면 이런 일이 없잖아”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거센 항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 의원은 “의사국장, 의사 진행을 이렇게 내버려 둘 거예요”라고 했고, “속기하면 안돼”라고 하는 의원도 있었다. 11시51분 투표가 종료된 직후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박 의장에게 “의장, 공범자요 뭐요, 이게”라고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야당 의원들은 “쇼 하네”라고 외쳤다. 이어 박 의장이 가결을 선포한 뒤 “대한민국은 어떤 경우가 있어도 계속 전진해야 합니다”라며 산회를 선포한 것이 11시56분이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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