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6]각당 움직임

  • 입력 2004년 3월 19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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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시간 지나면 나아지겠지”▼

“전당대회를 치르고 나면 좀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탄핵가결 후폭풍에 휩싸인 한나라당이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댈 곳은 23일로 예정된 새 대표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고작이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19일 기자들에게 “한나라당은 사태의 추이를 보고 있다. 대책이 없는 게 아니다. 다 준비가 돼 있지만 지금은 단지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탄핵정국을 돌파할 비장의 카드는 마련돼 있지만 꺼낼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내용없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지금은 ‘백약이 무효’라는 게 당내의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병렬(崔秉烈) 대표도 최근 “폭설이 내릴 땐 눈을 쓸지 말고 그냥 놓아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맥 빠진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던 소장파 의원들도 각종 TV토론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지금 나가봤자 여론의 ‘뭇매’만 맞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불출마선언 의원이나 공천 탈락 의원들이 TV토론에 나서 한나라당의 방어에 적극적이다.

소속 의원들은 지역구 활동을 거의 접은 상태다. 국민들을 직접 만나 탄핵가결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하기 보다는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는 생각에 거리로 나서질 않고 있다.

게다가 비례대표 공천문제를 놓고 최 대표가 일방적으로 비례대표공천심사위의 가동을 시도하는 등 ‘밥그릇’ 싸움까지 벌어지자 “당내에서조차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대표부터 소장파까지 모두 손을 놓고 있다”며 “차라리 소신행보를 계속하는 민주당이 부럽다”고 지적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방송사들이 한나라당 대표 경선 토론을 중계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한나라당 이상득 사무총장(가운데)이 19일 서울 당사에서 “아직 방송에 미련이 있다”며 고개숙여 절을 했다. -서영수기자

▼민주 “죽더라도 당당히 서서 죽자”▼

“죽더라도 당당하게 서서 죽자.”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가 19일 탄핵 정국 역풍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거듭 밝혔다.

조 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비굴하게 변명 또는 책임을 전가하거나 회피해선 안 된다. 만약에 우리가 죽는다면 한 번 죽어야지, 두 번 죽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소추안 가결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주장한 몇몇 신문 기고문을 언급하며 “탄핵 반대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런 기고를 하신 분들은 참으로 용기 있는 지식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입당한 김종인(金鍾仁)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손봉숙(孫鳳淑)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에 대해 “배가 가라앉아 다들 (구명) 보트 타고 도망가는데 이분들은 침몰을 알고도 탄 것”이라고 거듭 치켜세웠다.

민주당 대변인실도 ‘노무현 대통령의 경선자금 입구와 출구를 즉각 수사하라’(김영창·金泳暢 부대변인), ‘열린우리당의 비리혐의자 공천은 레드카드감’(김재두·金在斗 부대변인) 등 이날 하루만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을 공격하는 논평을 여섯 건이나 쏟아 냈다.

22일엔 조 대표와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을 ‘투 톱’으로 하는 선대위를 정식 발족할 예정이다.

그러나 탄핵 반대 역풍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당내에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소장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이 이날 회의에서 보고한 당 차원의 여론조사에서도 탄핵소추안 가결이 ‘의회민주주의 파괴’란 응답(56.0%)이 ‘헌법적 절차에 따른 정당한 행위’란 응답(34.0%)보다 22.0%포인트나 높았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민주당 조순형 대표(오른쪽)가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탄핵소추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당보를 들어 보이며 대여투쟁을 독려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열린우리 “총사퇴 할수도 안할수도…”▼

열린우리당이 고민에 빠졌다.

우선 12일 탄핵가결 직후 밝힌 46명의 의원직 총사퇴 약속 이행 여부다. 사퇴할 경우 당장 다음 달 초 국고로 지급되는 선거보조금 54억여원을 못 받는다. 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은 19일 “폐공판장으로 당사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적 대안이 없다. 누가 돈을 얻어올 수 있겠느냐”고 현실론을 털어놓았다.

또 의원직을 사퇴하면 총선시 부여받는 정당 번호가 현 의석수 기준 3번에서 5, 6번으로 밀려날 수 있는 것도 배경 중의 하나. 일부 유권자들의 상위 순번 선호경향을 감안할 때 ‘1인 2투표’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수가 예상 외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즉각 사퇴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지지율 반등으로 일부 공천 탈락 및 선거법 위반 후보들의 재출마 움직임도 꼬리를 물고 있다. 당 클린선거대책위원장인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이날 긴급회의에서 문제후보들에 대한 공천불가 원칙을 재천명했으나, 공천 탈락한 장세환(전북 전주 완산을), 김상민 김상기 강익현(이상 전북 익산갑) 후보가 잇따라 이의신청을 냈다.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정만호(鄭萬昊·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전 대통령의전비서관도 옥중 출마 뜻을 밝혀 일각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박태영(朴泰榮) 전남지사, 우근민(禹瑾敏) 제주지사 등 일부 지자체장들이 최근 잇따라 입당을 선언하자 당 일각에서는 “우리당이 철새 도래지냐”는 거부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본인들의 의사표명일 뿐”이라며 선별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9일 오전 서울 숭실대학교의 구국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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