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康 법무 행보 문제 있다

  • 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14분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탄핵 정국에서 내각과 청와대 인사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 않아도 될 경솔한 언행 하나가 정치중립 시비를 부르고, 그럴 경우 안정적으로 국정을 꾸려가야 할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을 만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문 전 수석은 탄핵심판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측 변론 대리인단의 간사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강 장관은 탄핵심판과 관계없는 개인적 만남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탄핵심판에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법무장관으로서 대통령 변호인단을 지원하고 있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강 장관은 며칠 전에도 “차기 국회가 탄핵 소추를 취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부적절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이런 마당에 자숙(自肅)은커녕 버젓이 문 전 수석을 만났으니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에서 “대한민국 법무장관인지 노 대통령 개인변호사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것도 지나치다고 하기 어렵다.

장관이 이러니 국가기관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일부 직원들이 ‘탄핵 규탄 시국선언’까지 하고도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닌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 또는 준(準)공무원들이 시민단체처럼 집단행동을 해도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침 고 권한대행이 감사원에 의문사위 특별감사를 요청했으니 철저한 조사와 함께 책임추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위로는 장관에서 아래로는 일선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우에도 공직사회가 탄핵 찬반 분위기에 휩쓸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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