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野 탄핵철회론]찻잔속 태풍이냐 내분 불씨냐

  • 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35분



한나라당 현역의원 및 원외지구당 위원장 등 소장파 27명은 21일 서울 여의도 샛강 둔치에 마련된 천막 당사에서 국민여론을 반영하지 못한 탄핵소추 과정에 대한 대국민 사과 요구 등을 담은 4개항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서영수기자

탄핵 후폭풍이 부메랑처럼 야당 내부로 향하고 있다.

야당 내 일각에서 ‘탄핵 철회론’이 공론화하면서 “탄핵 철회냐, 정면 돌파냐”는 논란이 내홍(內訌)의 불씨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내부의 탄핵 철회론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지만 사태 추이에 따라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내부공방=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문수(金文洙) 의원이 불을 댕겼다.

김 의원은 2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대표가 되면 탄핵정국으로 조성된 여러 문제점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안 되면 정치적으로라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명백하게 다수가 탄핵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뜻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소장파 후보들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탄핵 철회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못한 점을 사과해야 한다”며 가세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악재(惡材)’라는 판단에서 즉각 반격에 나섰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 의원의 ‘탄핵 철회론’에 대해 “당을 더 이상 궁지로 몰아넣지 말고 당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최 대표는 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은 옳은 일을 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스스로 (거취 문제를) 정리하는 게 본인과 국가를 위해 좋은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김문수 대표’카드를 지지하면서도 “탄핵 철회는 전통적 당 지지층까지 놓치게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당 쇄신의 승부수를 띄울 3·23 전당대회를 통해 탄핵 역풍을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인물 대결 구도가 복원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민주, ‘정면 돌파’ 고수 속 전열정비 고심=조순형(趙舜衡) 대표는 “탄핵 철회 운운한다면 정략적으로 탄핵 가결을 추진했음을 인정하는 자기부정”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설훈(薛勳) 정범구(鄭範九) 의원이 21일 지도부의 대국민 사과와 사퇴를 거듭 요구하는 등 내분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들과 이낙연(李洛淵) 의원 등 소장파들은 ‘대통령 사과 후 탄핵 철회’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정면 돌파론이 다수다.

이에 당 지도부는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과 소장파들을 선대위에 전진 배치해 난국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대국민 이미지를 쇄신한 뒤 전통적 지지층부터 다져 나간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추 위원은 선대위원장직 수락을 거부하고 있어 전열 정비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호남 지역 전갑길(全甲吉) 김효석(金孝錫) 의원 등 현역 의원과 후보자 7명이 조 대표를 만나 비대위 체제, 혹은 추미애 단독 선대위원장 체제로의 전환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참석자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탈당도 불사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는 후문이다.

▽열린우리당, ‘진심이면 환영’=최창환(崔彰桓)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한-민 야합세력이 국민 앞에 참회하고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부겸(金富謙) 홍보위원장은 “정말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근본적인 철학의 변화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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