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탄핵정국 관련 동아-조선일보 때리기

  • 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45분


KBS와 MBC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들이 ‘탄핵 정국’과 관련해 다시 동아 조선일보 비판에 나섰다.

KBS1 TV ‘미디어 포커스’는 20일 “동아 조선일보는 언론이 아니라 ‘사익 추구 집단’이다”고 비난했다. MBC TV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도 19일 탄핵 관련 방송의 편파성을 지적하는 동아 조선 중앙일보를 인용하며 “요즘 이 신문 보는 사람들 중 거의 미칠 지경인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두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또 마무리 멘트에서 앞뒤 맥락으로 보아 정파적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도 삼가지 않았다. MBC 신강균 기자는 야당을 몰아붙인 뒤 “4월 15일 총선에서 국민은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KBS 김신명숙씨는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는 책이 있는데 탄핵 역풍을 방송 탓으로 돌리는 일부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역시 명언이다”라고 말했다.

▽KBS ‘미디어 포커스’

KBS 이재강 기자는 이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와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부들이 KBS와 MBC를 항의 방문한 것을 보도한 동아 조선일보에 대해 “아시다시피 동아와 조선은 언론이 아니라 예전부터 사익 추구 집단이라는 소리를 들어오고 있지 않느냐. 지금의 방송 때리기는 사익 추구 집단이 국내 여론을 대변하는 언론(방송)을 흔드는 양상이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날 동아 조선일보가 야당의 주장을 여과없이 소개했다고 집중 비난했다. 그러나 탄핵방송의 편파성 논란은 비슷한 시기에 동아 조선일보 외에 중앙 세계 국민일보 등 여러 신문이 제기한 것. KBS는 동아 조선일보에만 비난의 초점을 맞췄다.

이경자(李京子)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17일 ‘국민일보’에 게재된 칼럼을 통해 “정치권의 편파성 문제 제기 자체가 편파적일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방송 보도가 지나치게 자극적이었고 갈등 지향적이어서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불안심리와 사회적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에 대해 방송은 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디어 포커스’는 또 전규찬 한국예술종합대 방송영상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박정희와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킨 뒤 달려간 곳이 방송사였다. 이른바 의회 쿠데타를 일으킨 야당 책임자들이 방송국으로 뛰어가 윽박지르고 다그친 것이 과연 그전의 사태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탄핵’은 쿠데타가 아니라 국회 의결이라는 헌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며 쿠데타 후 군부가 방송사를 장악한 것과 이번 한나라당 민주당의 항의 방문은 전혀 성격이 다른 사안이라는 게 정치학자들의 평가다.

▽MBC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

진행자 신강균 기자를 비롯한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동아 조선 중앙일보를 가리켜 “저들 신문”이라고 한 뒤, 이 신문들이 ‘수구’ 신문임을 시종 강조함으로써 전형적인 ‘편 가르기’식 보도 태도를 보였다.

패널로 출연한 김병훈 기자는 “요즘 이 신문 보는 사람들 중 거의 미칠 지경인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객관적 근거 없이 신문들을 비난했다.

MBC는 탄핵안 가결 직후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맡기고 안정과 질서를 찾아야 한다는 이 신문들의 보도에 대해서도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직후의 계엄령 선포 하에서 안정과 질서를 주장한 당시 보도와 무리하게 비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학자는 “탄핵안과 80년의 계엄령은 상황이 질적으로 다른데도 이를 단순 비교한 것은 의도적 왜곡”이라며 “그렇다면 80년 당시 MBC는 신군부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

정진영(鄭璡永)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방송을 보고 어떤 국민은 맞장구치겠지만 어떤 국민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이 노골적인 정치편향성을 드러내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우룡(金寓龍)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방송이 선전과 선동의 주체가 된 것처럼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KBS MBC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신문을 비방하고 폄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방송에 의한 ‘대중 조작’을 우려할 만큼 시청자들을 혼동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