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부실 결국 국민혈세로 막나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43분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2001년 벤처기업에 지원된 프라이머리CBO 2조3000억원의 만기가 5월부터 올해 말까지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지원금액 가운데 6000억원 이상이 이미 부실화했고, 만기연장 등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량 벤처기업까지 도산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신보의 실사 결과 돌려받기 어려운 금액은 6255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술신보는 프라이머리CBO 발행 당시 부실이 생기면 전액을 보상하기로 보증을 섰기 때문에 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술신보가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기술신보 내부에서는 재정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 국민의 혈세가 들어갈 가능성이 큰 셈이다.

프라이머리CBO 부실화의 원인으로는 벤처경기 퇴조와 함께 정부의 ‘퍼주기’식 지원이 빚어낸 도덕적 해이가 꼽힌다. 특별한 사용처 제한규정이 없다보니 일부 벤처기업인은 지원금으로 개인 빚을 갚거나 접대를 위한 술을 사는 데 쓰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벤처기업인들 사이에서 정부가 주는 ‘눈먼 돈’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설령 정부가 추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기술신보가 정부 예산을 쓰는 출자기관인 이상 국민의 혈세는 이미 낭비된 셈이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를 일삼은 기업인과 관리 소홀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에게는 법적 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벤처기업의 무더기 도산을 피하자면 어떤 형태로든 일부 만기 연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를 덮어두는 식의 일괄 지원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옥석(玉石)을 가려 빚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 기업에만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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