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3/광주]“민주당 심판해야” VS “미워도 다시한번”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50분


20일 오전 9시경 광주 광산구 운남동 삼성아파트 단지. 열린우리당 후보로 광산에 출마한 김동철(金東喆) 전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은 곳곳을 누비며 “열린우리당 김동철 후보입니다”를 외쳤다.

당 지지율은 치솟았지만 현역 민주당 의원과 전직 시장 출신의 무소속 후보와 상대를 해야 하는 그의 표정엔 여유가 없다. ‘열린우리당’이라는 소리에 귀 기울인 사람도 ‘김동철’이라는 말에는 반응이 미지근하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후 1시반경 광주 북구의 한 상가. 북구을 민주당 후보인 21세기평화문제연구소 최경주(崔京柱) 이사장이 상인들의 두 손을 맞잡고 살갑게 얘기를 건넨다. “어머니! 도와주셔서 제가 7명의 경쟁자를 뚫고 후보로 당선됐습니다. 본선에서도 꼭 도와주실 거죠?”

이처럼 한참 얘기를 나눈 뒤에야 ‘민주당’ 당명이 등장하는 게 열린우리당 후보와 다른 점이다. 최 후보는 그동안에는 아예 외부활동을 중단하고 내부 조직관리에만 치중했다.

“당의 입장을 옹호해야겠지만…. 정치 신인으로 대통령 탄핵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날 기자의 요청에 오랜만에 외부활동에 나선 최 후보로부터 명함을 건네받는 유권자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작심한 듯 민주당 욕을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50대 이상 장년층은 일편단심 표심에 변화가 없는 듯하다.

‘한-민 공조’에 대한 비판론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배신론’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이 잘한 것도 없지만 민주당도 잘한 것 없어요.”(노순태·47)

“민주당 팬이었어요. 그런데 대통령을 즈그들 맘대로…. 요즘 한나라당 민주당 보면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게 부끄러워요.”(노병철·48)

“왜 당을 깼어. 광주는 열린우리당 이빨도 안 들어가요.”(장춘재·61)

“예전처럼 민주당 몰표는 안 나오겠지만, 싫으나 고우나 민주당 안고 가야제.”(서산원·67)

열린우리당은 바람이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민주당 쪽은 실제 상황은 다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과연 호남 표심을 속단하기는 아직 이른 듯하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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